환자가 방사선촬영 도중 쓰러져 뇌손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환자 스스로 보행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제1형사부는 최근 서울시 S병원에 근무하는 K의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외과 전문의인 K씨는 2007년 1월 복통으로 후송된 환자 A씨(49·여)의 진단을 위해 복부 방사선 촬영을 실시했는데, A씨가 촬영 도중 옆으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급성뇌경막혈종 등 상해를 입자 안전조치 미흡을 이유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응급환자에게 서서찍는 방사선 촬영을 처방할 때에는 안전벨트 착용 등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K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환자 A씨는 활력징후가 정상이고 의식이 명료해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의료진이 피해자가 보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은 적절하다"며 "별도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건 당시 방사선 촬영기사가 환자에게 '스스로 일어나 서 계실 수 있읍니까'라고 물었고, 환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설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환자는 탈의실에 걸어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왔고, 혼자 촬영기계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서있었던 사실 등에 비추어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상해를 입을 것을 예견할 수 있었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견하지 못했거나,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돼야 한다"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하는데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헬스코리아뉴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