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사실 요즘 뉴스에서 놀토에 주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빈번해서 아이들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하루 종일 함께 옆에서 다니고 싶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여 학교주변에서 아이를 지켜주신다니 안심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 주변을 다닐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참 좋아요.”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 정미선씨(39·여)는 학교가 쉬는 토요일, 즉 ‘놀토’면 초등학생 딸 걱정을 하곤 했다. 놀토에 있는 특기적성 수업이 끝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친구들과 학교 주변이나 놀이터에서 놀곤 하는데, 보살피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걱정을 덜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주변이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어머니들 덕분이다.

학교 주변 순찰하는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행당2동 행현초등학교 주변. 파란색 조끼에 모자를 쓴 학부모 4명이 학교주변과 골목길을 순찰하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이다. 한국자유총연맹 산하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은 40~50대 어머니들이 중심이 돼 2004년 6월에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취약계층의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을 주로 했지만, 점차 다문화 가정봉사, 자연보호활동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어린이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범죄 감시활동과 보호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에는 동대문, 서대문, 노원, 영등포, 강북구 등에서 어머니들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성동구에선 올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자유총연맹 성동구지회 사무국장 차남주씨는 “최근 동대문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수업이 없거나 특기 적성 수업이 없는 놀토에 어린이 성범죄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학교와 학교주변에 어른들이 별로 없는 놀토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포순이 어머니들이 놀토에 순찰활동을 벌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포순이 어머니 봉사단은 4명이 한 조를 이뤄 총 7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10시, 오후 1시, 3시, 5시에 학교 주변 및 아이들이 다니는 골목을 중심으로 순찰한다.

어머니 포순이 봉사자인 김영화씨(50)는 “포순이 어머니 봉사단을 하기 전 실제로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서, 노는 토요일에 맞벌이 부모들의 자녀들이 학교근처에서 놀거나 놀이터에서 지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어린이 성범죄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방심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학교와 그 주변 동선을 익힌 뒤 4명이 한 조가 돼 순찰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하거나 보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상한 사람이나 학교 안 구석진 곳은 위험해요”
포순이 봉사단 어머니들은 주로 학교주변이나 골목길, 놀이터 등을 돌아다니면서 아동 성범죄를 감시하거나 아이들을 보살핀다.

포순이 봉사자 박정순씨(56)는 “학교 주변을 순찰하면서 행동이 이상하거나 옷차림새가 어둡거나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들을 보면 다시 한 번 보게 된다”면서 “사고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수상한 사람처럼 보이면 주의 깊게 지켜본다”고 말했다.

“순찰하다가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우선 아이들이 이상한 사람 곁으로 가지 않게 도와줍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노는 곳을 계속 관찰하거나, 아이들이 집에 갈 때 이상한 사람이 따라 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무턱대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어떻게 할 순 없으니깐요.”

그녀는 이어 “학교정문이나 후문주변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 있는 구석진 곳이나, 어두운 곳은 순찰장소 중 주요장소”라고 설명했다.

“학교 건물 뒤에 있는 의자나 건물 사이에 있는 통로 같은 곳은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좀 더 집중해서 살펴봅니다. 간혹 순찰하다가 담배를 피거나 아이들을 괴롭히는 등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본 경우도 봤어요. 그럴 때는 잘못한 일을 하지 말라고 타이르거나 충고를 해주기도 합니다.”

봉사자 윤옥순씨(64)는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보던 아이들이 이제는 웃으며 먼저 인사를 해주기도 한다”면서 “아이들을 우리 손자, 손녀라고 생각하면서, 포순이 어머니 봉사단 활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활동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파란색 조끼에 모자를 쓴 우리를 보면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더군요. ‘하는 일이 뭐냐’고 직접 물어본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점차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주변에 나와 순찰활동 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해줍니다. 그때는 힘들어도 참 보람찹니다.”


이어 그녀는 PC방이나 오락실을 가려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 하는 부부들이 늘면서 주말에도 학교주변을 배회하는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학교가 끝나고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잠시 놀다가 PC방이나 오락실로 가는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건전하게 운동하거나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집에서 숙제를 하거나 쉬라고 충고해줍니다.”

또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학교 주변에 차가 자주 다니는 곳 역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조에서 1명씩 그 장소에서 아이들을 지켜본다고 한다.

“포순이 어머니단이 있어 든든해요”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았다. 맞벌이를 해서 아이들이 항상 걱정스러웠다는 유선아씨(40·여)는 “가게 때문에 아이들을 돌봐 줄 시간이 항상 부족해 아이들의 등하교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이 아이들을 위해 학교주변을 순찰하거나 아이들을 지켜주는 일을 한다니 감사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아이 때문에 등하교 때면 항상 학교에 온다는 주부 권미선씨(42)는 “방학 때는 활동을 안 할 줄 알았는데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때문인지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순찰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토요일 외에도 활동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행당파출소 행당2치안센터 2팀장 김항택씨(56) 역시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학교 주변 지구대 역시 아침, 저녁으로 학교주변과 골목길 등을 순찰하는데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은 매주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활동을 한다”면서 “덥고 힘들면 짜증날 수도 있는데, 항상 웃으며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 봉사단인지 몰랐다는 이소라양(11)은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순찰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학교 주변에서 나쁜 사람을 보면 경찰서로 달려가기보단 포순이 봉사자에게 달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 다닐 수 있도록 계속 활동”
현재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은 현재 전국 230곳의 지회에서 회원 11만5300여명이 사회취약계층과 청소년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성동구지회 사무국장 차남주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이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주변에서 놀거나 활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 아이와 손자, 손녀를 돌봐주듯이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어머니 포순이 봉사단. 아이들의 시원한 미소와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포순이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책포털 송혜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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