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지금까지의 외국인을 위한 전통체험은 단순히 한 번 체험하는 것만을 중요시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다른 나라 전통문화를 일회성 체험으로 다 이해하거나 습득하기는 어렵죠. 예를 들면 전통악기연주를 감상한다면 감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악기에 대한 설명도 듣고 함께 간단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도 불러보고 궁금한 점들도 그 자리에서 물어보면 어떨까요. 타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국악당에서 전통체험공연을 진행하는 일본인 이이다 아야씨(27·여)의 이야기이다.

“전통문화체험, 다시 생각해봐요”
우리나라에 관광하러 오거나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전통문화체험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정작 우리나라의 프로그램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의 시각을 빼고, 우리의 방식과 틀로 구성하는 등 ‘이해’보다 ‘체험’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국악당에서는 지난 4월부터 외국인 유학생들로 ‘외국인 드림팀’을 구성하고, 함께 한국 전통문화 체험공연인 미수다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의 정서와 시각에 맞는 전통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외국인 드림팀에는 일본인 3명과 중국인 3명이 참여하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국악당 미수다 담당자인 조성주씨는 “기존의 전통체험프로그램을 벗어난 새로운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 위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직접 참여시켜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했다”면서 “유학생들은 그동안 아쉬웠던 점, 바랐던 점을 프로그램에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도 없고 기념촬영만 찍었어요”
외국인 드림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이이다 아야씨와 세키네 치에씨는 그동안 한국에서 전통 문화체험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서로 얘기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세키네 치에씨는 2006년에 교환학생으로 5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전통문화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한다.

“친구들이랑 한국 전통문화를 알기 위해 고궁이나 박물관 같은 곳을 자주 놀러 다녔어요. 그런데 전통문화체험을 할 곳은 많았지만,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그녀는 “민속촌 같은 곳을 가면 옛날 가옥을 보거나 한복을 입은 마네킹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일본어로 적힌 설명문에선 말 그대로 가옥이나 한복에 대한 정보만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며 “가옥이나 한복이 고유 전통이 될 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설명문만으로는 쉽게 와 닿지 않아 기념으로 사진만 찍곤 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는 이이다 아야씨 역시 2006년에 교환학생으로 1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경험한 전통체험을 말했다.

“저 역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경복궁 같은 고궁이나 민속촌, 한옥마을 등을 돌아다녔죠. 역시 문화를 체험할 수는 있었지만, 체험으로 끝날 뿐 문화를 이해할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한복의 경우, 그냥 구경하고 입는 게 아니라 입어보면서 한복 관련 정보다 한복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훨씬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쉬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체험하는 것과 전통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다르잖아요.”

‘이해’ 대신 ‘체험’에 중점을 둔 전통문화체험
이이다씨는 이러한 아쉬움을 버릴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만한 체험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다. 설악산 근처수련원에서 숙박까지 하면서 체험해봤지만, 전통문화를 깊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쉬움이 있었어요. 가령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통역이 어색해 전통문화를 깊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게다가 체험해보는 것 자체에 급급해서 간단하게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다도를 할 때에도 찻잔에 차를 따르는 정도였어요. 한국의 전통문화이지만 외국인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전통문화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는 “많은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은 단순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같다”면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지만 외국인의 정서와 시각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키네씨는 “외국인이 바라는 전통문화체험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조금만 다르게 만들어 본다면 더 빨리 이해하고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형 체형에 맞는 한복과 자세한 설명 준비했어요”
그래서 그들은 평소에 가졌던 생각을 반영해 한복입기 체험과 다례체험, 전통음악감상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세키네씨는 “외국인들이 한복 체험을 할 때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속바지, 버선, 속치마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해줘요. 어떻게 입는지부터 왜 입는지 등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그리고 한국인도 힘들어하는 옷고름 매는 법을 직접 보여주고, 두세 차례 실습도 해봐요. 어떤 분은 ‘다른 곳에서 한복체험을 할 때 저고리 옷고름을 매보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관리자분께서 직접 매주셔서 아쉬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어렵다고 하던 외국인들도 몇 번 연습하니 정말 잘하더라고요.”

이밖에도 이들은 팔다리가 긴 서구형 체형에 맞는 한복을 준비하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의 한복도 갖췄다. 우리가 흔히 입지 않는 검정색에 꽃무늬 한복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다례체험 역시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 전문가가 수업을 진행할 때 옆에서 찻잔이나 다기를 설명해주거나 다도체험을 할 때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이다씨는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등 예약한 전통문화 체험 외국인을 프로그램 진행 전에 미리 파악해, 외국인 드림팀 학생들이 체험하는 내내 안내와 통역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고말했다.

전통음악감상 역시 연주자들이 체험하는 외국인과 가까운 곳에서 친숙하게 음악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음악감상 중간에 악기설명과 노래설명을 넣고, 지루하지 않게 중간에 외국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추임새도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세키네씨는 “앞으로도 보완할 점들은 보완하면서, 하나하나 외국인의 정서와 시각에 맞는 전통문화체험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자세히 설명해주니 참 좋네요”
전통문화체험에 참여한 외국인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중국인 추이호찌씨(38)는 외국인들이 구성한 전통문화를 체험해보니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면 궁금한 점은 한국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외국인들의 시각을 잘 반영한 프로그램이라, 체험만 중시하는 다른 곳의 프로그램과 달라서 좋았고, 모르는 부분이나 문화의 정보와 전통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인 미수다를 담당하는 조성주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활발하게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또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어려움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정책포털 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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