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할머니, 오늘은 제가 예쁘게 송편을 빚어볼게요.”
“그래 소를 넣은 반죽의 끝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누르면 된단다.”
“어머니, 송편반죽과 찌는 것은 제가 맡을게요. 이렇게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만드니 정말 즐겁고 좋네요.”

할머니 배영자씨(70)가 손녀 임지영양(11)에게 송편 만드는 법을 알려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옆에서 임양 어머니 함정희씨(40)는 송편반죽을 만들어 어머니와 아이에게 건넸다.

9월11일 오전 10시. 서울국립고궁박물관 수라간에 3대 가족 10팀이 송편을 만들고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하는 ‘3대가 함께하는 궁중음식 만들기’ 가족프로그램으로, 추석을 맞이해 가족끼리 모여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명절음식인 송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고궁박물관에서는 설날, 어린이날, 추석 등 1년에 세 번씩 조부모, 부모, 아이 3대가족이 궁중음식을 만들며 가족애를 느낄 수 있도록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양웅열씨는 “2008년 추석부터 시작한 3대 음식 만들기는, 핵가족화 시대인 요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3대가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 안타까워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세대 간의 격차를 좁히고 함께 힘을 모아 음식을 만들면서 가족 간의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에선 궁중요리 연구원 소속인 강사 노은구씨가 송편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그녀는 “평소 집에서 만들던 송편과는 다른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송편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했다.

“우리는 평소 송편 같은 떡은 만들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며 많이 사먹어요. 하지만 직접 만들어 보면 생각보다 쉬워요. 반죽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들고, 반죽에 소를 채우고 모양을 내면 예쁜 송편이 나온답니다. 이번 시간엔 3대가 모여 함께 만드니 더 예쁘고 다양한 모양의 송편을 만들 수 있겠네요.”

간단하게 송편 만드는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반죽가루와 송편 소, 솔잎 등 기본적인 송편 재료들을 받아 송편을 만들기 시작했다.

명절 전에 가족끼리 미리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참여했다는 경우민씨(42)는 어머니 유현숙씨(83)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 셋과 함께 역할을 나눠 송편을 만들었다. 경씨의 어머니와 아내는 송편 반죽을 만들고, 아이들은 송편을 만들었다. 경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서툰 부분을 도와줬다.


송편을 만들던 손녀 경지현양(10)은 “송편은 유치원에서 만들어보고 처음 만들어보는 것 같다”면서 “평소 가족끼리 만나면 TV를 보거나 음식을 먹는 시간은 많았지만 이렇게 모두 함께 송편을 만드니 재미있고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한쪽에서는 외할머니와 엄마, 아이 3대가 송편을 만들고 있었다. 엄마 김미조씨(40)는 강사에게 받은 호박가루와 오미자, 포도즙을 가지고 여러 색깔의 반죽을 만들었다.

김씨가 만든 반죽을 받은 외할머니와 아이는 콩과 깨로 만든 소를 넣어 송편을 빚었다. 송편 만들기가 어색하기만 한 손녀 현예나양(11)이 엉성하게 송편을 빚자 외할머니 황계선씨(65)가 송편 빚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줬다.

외할머니 황씨는 소를 넣은 반죽의 끝을 엄지와 검지로 눌러 버선 모양을 만들어보라고 설명했다. 손녀는 할머니의 설명을 듣고 배운 대로 송편 반죽 모양을 정성스레 만들었다.


아이가 가족의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게 행사에 참여했다는 김미조씨는 “평소 같은 동네에 살아 자주 만나긴 하지만 3대가 함께 음식을 만든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면서 “3대가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드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송편 만드는 법을 손녀에게 자세히 알려주던 외할머니 황계선씨는 “그동안 음식을 만들면 아이에게 먹어보라고 권해본 적은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앞으로는 간단한 음식은 함께 만들면 더욱더 가족 간에 화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녀 현예나양은 “할머니에게 송편 빚는 법을 배우니 이해하기 쉬웠다”며 “같이 음식을 만드니 이야기 할 시간도 많아지는 것 같고 가족끼리 친해지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완성한 송편을 보면서 뿌듯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유치원생 손자와 함께 송편을 만든 이현상씨(74·여)는 “손자가 어려 거의 송편은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만들었는데, 그래도 가족과 함께 라서 행복하다”면서 “가족과 함께 만들어서 송편이 더 맛있을 것 같고, 올 명절에도 가족들이 함께 간단한 음식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트, 단호박, 사람 얼굴 등 다양한 송편 모양을 만든 임지영양(11)은 “우리가족 송편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송편”이라면서“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의 모습을 송편으로 만들어 보거나, 하트나 단호박 모양으로 송편을 만들어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임양의 할머니 배영자씨(70·여)는 “명절에는 주로 남자들은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나머지 여자들은 음식을 만들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는 식사 자리 뿐”이라면서 “이제는 다 같이 모인 날에는 가끔 역할을 나눠 음식만들기를 하면 가족끼리 더 화목해지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송편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또 웃으며 가족 간의 정과 사랑도 함께 만들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둘러앉아 송편을 빚어보자. 가족의 끈끈한 정도 빚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정책포털 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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