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서울에 사는 이혜정씨(45·여)는 요즘 걱정이 많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쩍 오른 물가 때문에 지갑 열기가 무섭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 재료는 고사하고 당장 저녁 밥상에 올릴 반찬거리마저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명절 선물도 준비해야 하는데 즐거워야 할 추석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최근 부쩍 오른 생활용품의 물가 상승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나눔가득 서울장터’를 마련했다. ‘나눔가득 서울장터’는, 시민들은 우수한 농수산특산물을 값싸게 만나보고 농어민은 제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팔 수 있는 자리로, 지난해에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전국 11개 시·도와 136개의 시·군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광장을 비롯해 청계광장, 태평로, 무교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시청 생활경제담당관인 김현창 주무관은 ‘나눔가득 서울장터’를 “국내 최대 규모의 직거래 장터”라며 “서울시민들에게 질 좋은 우리 농수산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국 최대의 장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래는 서울광장에 작은 규모로 여는 것까지만 생각했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 서울 광장과 청계광장, 태평로 일대에 장터를 마련했다”면서 “전국 11개 시·도, 135개 시·군에서 올라와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시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물가 변동에 불안해하는 것과 지역 주민들이 햇상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려 했다”면서 “나눔가득 서울장터에서는 생산자가 직접 올라오기 때문에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터에 참여한 판매자들은 이 같은 직거래 장터를 크게 반겼다. 싸게 팔고 있지만, 호응이 좋아 지역에서 한 달 동안 거둘 수입을 닷새 만에 올린 이도 있었다고 한다. 직거래라 현금을 그 자리에서 쥘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올라온 박왕수씨(55)는 “지난해에도 장터에 참여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장터에 참여하게 되면 아무래도 홍보 효과가 훨씬 클 뿐 아니라 현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울금으로 만든 영양제, 식품 등을 보여줬다. 그는 “울금을 직접 생산하고 가공해 판매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올라온 선종원씨(40)는 “빵, 과자, 전병, 국수 등 우리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장터에서 당장의 매상을 올리는 것보다 우리밀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선씨는 “수입 밀가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차 우리밀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있다”면서 “장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밀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올라온 신만균씨(43세)는 제주도 고사리 등 제주도의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올해가 첫 참가라는 신씨는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면서 “서울 시민들에게 제주도 특산품을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신씨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도 열린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오디 잼과 영덕 게장을 가지고 온 손병희씨(41·여)는 “장터에 참여하는 것이 판매와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씨는 “비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사람이 적어 솔직히 매상이 크지는 않다"면서 “비가 오는데도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반갑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손씨는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에 좋은 우리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터에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 역시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남진씨(54·남)는 “지난해 행사가 좋아 올해에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장터의 분위기가 좋을 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방금 울릉도에서 올라온 산마늘을 샀는데 이것을 먹으면 더 건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혜씨(71·여)는 “첫날 아들이 사다준 강화 순무김치가 참 맛있었다”며 “아들이 장터에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터 자체가 재미난 구경거리”라면서 “좋은 물건들을 싸게 사 이번 추석을 슬기롭게 쇠겠다”고 말했다.

이선미씨(54·여)는 “추석 때 볼 장을 지금 다 보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씨는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믿고 살 수 있다”면서 “추석 때 쓸 물건 뿐 아니라 친척들에게 줄 선물까지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내년에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궂은 날씨에도 장터를 찾은 시민들의 눈과 손이 바빴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 소통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가는 미소와 정담 속에 도농 간의 화합이 싹트고 있었다.[정책포털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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