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날이 왜 이렇게 더워.”
“그러게 말이야. 아주 푹푹 찌네.”
“어디 가서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씩 할까?”
“뭐 하러 돈을 써. 요 앞에 은행이라도 잠깐 들렀다 가자. 은행만 가면 시원하잖아.”

사람들이 무더운 여름이면 떠올리는 곳은 산도 계곡도 아닌 바로 은행이다. 은행을 비롯한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서는 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식경제부에서 7월 26일부터 8월 27일까지 5주 동안 대형건물 냉방온도 제한조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1월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른 것이다. 지경부는 에너지 사용량이2000 TOE(석유환산톤)를 넘는 건물 586곳에 일반건물 냉방온도 26℃, 판매시설 25℃를 지키도록 했다. 또 규정 온도를 지키지 않는 경우, 1차 위반에는 권고와 시정조치를 내리며, 2차 위반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의 김철종 사무관은 “일반건물은 26℃, 판매 시설은 25℃라는 기준은 건강온도와 쾌적온도를 고려해서 정한 온도”라며 “외부와 5도 이상 온도 차이가 날 경우 냉방병 등을 유발하며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은 은행, 백화점 등 서비스사업장의 냉방온도가 과도하게 낮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본 이수정씨(23·여)는 “여름에 마트에 갈 때면 겉에 걸칠 옷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밖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마트 안의 온도가 더 내려가는 것 같다”면서 “마트 안만 돌아다녀도 감기에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정부의 규제로 이제 겉옷을 챙기지 않아도 되겠다”면서 “에너지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앞에서 만난 박선희씨(43·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에 가면 에너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거짓말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시원해서 좋았지만, 조금 있으면 한기가 돌았다”면서 “은행에서만 전기세가 싼 것은 아닐 텐데 유난히 은행이 추운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쩐지 오늘은 은행 안이 그렇게 춥지 않더라니, 냉방 온도 제한조치 덕분인지는 몰랐다”며 “적당한 온도 제한은 에너지 절약 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마트 안에서 만난 이지환씨(29)는 “평소와 달리 필요한 것만 사서 빨리 나왔다”며 “여름에는 시원한 마트 안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매장 안이 너무 더워서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는 인터넷 쇼핑을 이용할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쇼핑을 하면서 매장 내를 걷다보면 땀이 나는데 이번 조치를 탄력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번화가에서 만난 정혜주씨(27·여)는 “백화점에 들러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땀이 났다”며 “내 옷은 그렇다 쳐도 백화점의 새 옷에 땀이 묻으니 민망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은행 같이 앉아있는 곳은 괜찮아도 쇼핑몰처럼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곳은 온도 규제를 조금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냉방온도 제한조치를 시행하는 기간은 5주다. 정부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번 조치에 사람들의 의견은 각각 달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일치했다.

새로운 정책 때문에 은행 등 대형 건물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마음으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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