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조은뉴스=김동길 박사 칼럼]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과 그의 부인인 동시에 현재 미국의 국무장관인 힐러리의 외동딸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 전 세계의 화제가 되어 있습니다.
왕실이 없는 미국인지라 현직 또는 전직 대통령의 집안의 혼인이 왕국의 왕자나 왕녀의 혼인 못지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뉘 집 딸이나 손녀의 결혼식이 성대했다고 해서 내가 불만스럽게 생각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쁜 딸의 팔을 끼고 제단을 향해 걸어가는,
오늘은 머리가 허연 빌 클린턴을 보면서,
한 때 백악관의 인턴이었던 르윈스키라는 젊은 여자를 연상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왜 그런지,
아버지 빌 클린턴에게는 딸 첼시의 성스러운 혼인을 축복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린턴은 사위에게 뭐라고 일러주었을까 궁금합니다.
“자네는 나처럼 결혼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마디 하였을까요.
“가끔은 바람도 피우면서 재미있게 살아.
단 첼시는 모르게.” - 설마 그런 ‘덕담’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신랑의 아버지 어머니가 다 워싱턴에 가서 하원의원을 지냈다고 하니 대단한 집안인건 사실이지만
첼시의 시댁 아버지는 경제사범으로 5년이나 복역을 하였다니
전과자의 집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시댁 부모는 이혼한 상태이고,
두 집안의 종교가 달라서,
마크와 첼시가 아들을 낳으면 유태교 회당에 가서 할례의식을 행할 것인지
아니면 감리 교회에 가서 유아 세례를 받게 할 것인지,
그 문제도 좀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일설에는 결혼 비용이 500만 달러 쯤 된다고 하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억 쯤 될 것 같은데,
그런 보도에 접하고 잠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 무더운 여름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렇게 날마다 죽어 가는데
미국의 국무장관이 그 많은 돈을 딸의 결혼식에 써버리다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줄곧 슬픈 표정으로 힘들게 살아간 대통령 링컨을 연상하면서,
역시
이 시대의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진실성이 없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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