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김동길 박사 칼럼]  이화여자대학의 교수·총장을 지낸 바 있는 장상 씨가 정치판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꼴이 왜 그런지 내 마음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저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늘 앞서곤 하였습니다.
그는 훌륭한 신학자요
유능한 교수이었기 때문에 정치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 입장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어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은평구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였으니,
“이 일을 어쩌나.”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그는 자기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줄 착각하고 있지만
그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다 하여도 나의 부정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비감스럽습니다.
나는 60대에 정치에 입문했다가
창당 때 나에게 92년 대통령 후보가 돼 달라고 당부했던 정주영 대표가
“이번에는 내가 나가야겠어요”하며 약속을 어기고 출마하는 바람에,
국회의원으로 소속한 당을 지키노라 죽을 고생을 다하다가
임기가 만료되던 날,
손 바짝 들고 빈털터리가 되어 나왔습니다.

장상 선생,
은평구에서 이변이 생기기 전에는 이재오 후보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이기면 또 뭘 합니까.
임기 4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나처럼 빈 손 들고 의원회관에서 짐 싸가지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이렇게 실례되는 몇 마디를 여기에 적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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