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성악을 전공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래 꿈을 이루지 못했던 40대 여성이 유명 성악가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바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이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2월부터 추진한 ‘경력단절 성악전공여성, 꿈의 무대 세우기’ 프로젝트 덕택이었다. 음악활동을 포기한 여성 성악전공자에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이었다.

주인공은 이은우씨(41·여) 등 2명. 그중 이은우씨를 만나 재단의 사업으로 인생이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봤다.


‘경력단절 성악전공여성, 꿈의 무대 세우기’ 프로젝트
늦은 나이에 지방의 한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2001년 졸업했다. 성악을 전공한 그녀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유학은 물론 대학원 공부도 할 만한 돈이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프리랜서로 아이들에게 노래와 음악을 가르쳐 왔다.

그러기를 10년, 돈은 모이지 않았고, 세월은 흘러만 갔다. 그녀는 “대학원에 가 더 공부해야겠다는 자신감도 없어지고 급기야 성악가의 꿈도 사라지는 듯 싶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장벽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나도 학벌도 없 고해외유학을 하지 않은 전공자가 무대에 서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며 “늦은 나이에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성악을 전공한 것이 잘못된 길인가 싶어 회의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꾸준히 소리연습을 해왔다. 성대도 근육의 일종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디션을 계기로 다시 무대로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같이 레슨하면서 이씨의 꿈과 소망을 잘 알고 있는 동료 교사가 재단의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했다. 여러 이유로 음악활동을 못하는 여성 성악전공자 중 실력이 좋은 이들을 뽑는 오디션인데, 통과하면 전문 트레이닝까지 해주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 연습한 대로 오디션을 치렀다. 마침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실기지정곡으로 나오는 행운도 뒤따랐다. 그녀는 “막상 실력과 배경이 초라해 오디션 참가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무대에 오르려는 일념만으로 참가했다”며 “하나도 내세울 것 없기에 도리어 부담 없이 노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8일 있었던 오디션에서 그녀는 1등으로 통과했다. 그녀는 “그동안의 서러움과 기다림을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오디션 통과 뒤에는 성악가 김달진 테너로부터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녀는 “선생님으로부터 ‘목소리는 좋지만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열심히 하면 된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23일 대학졸업 공연무대 이후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봄에서 열린 ‘女幸클래식콘서트-사계’에서 그녀는 헨델의 ‘나를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등 세 곡을 불렀다. 그 중 ‘그리움’은 박성원 테너와 함께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성악가로서 꿈을 펼치다
300여명의 관중이 환호했다. 특히 그녀를 지도한 김달진 테너는 “연습 때보다 목소리가 더 좋았다”며 그녀의 데뷔무대를 칭찬했다.

공연이 끝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그때의 흥분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대 공연은 한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 평생 지탱할 힘과 교훈을 주었다”며 “앞으로 어떤 기회가 와도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성악가가 되도록 연습을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무대에서 선 자신이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주목받게 된 오페라가수 영국의 폴 포츠가 된 기분이었다”며 “‘늦은 나이에 뭘 해’라는 주위의 눈총을 극복하고 우선 대학원 진학을 본격 시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예술분야 경력단절여성 발굴계획
재단에선 이번 무대에 오른 이씨에게 자주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성악가간의 교류도 넓혀 줄 계획이라고 한다.

재단의 사업담당 최선영 과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직장을 떠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경력단절여성 재취업전략과도 유사한 것”이라며 “우선 이번 공연에 참여한 2명을재단이 주최하는 시즌별 클래식공연에 고정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이어 “이번 오디션에 탈락한 지원자들도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이 있다고 판단해 전문트레이닝을 거쳐 다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라며 “가을과 겨울공연에는 성악 외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악기연주 분야에서도 경력단절여성을 선발하는 등 분야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 대한 재취업 등 사회적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예술분야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꿈과 가능성을 키워주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 자체가 새로운 발상이다. 재단의 노력과 지원이 결실을 맺어 유능한 예술문화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정책포털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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