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응급치료는 사람만 받는 게 아니라 문화재도 받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검사하고 응급치료를 받아 몸을 회복하는 것처럼 훼손된 문화재 역시 문화재 종합병원에서 X-ray를 찍어 검사도 하고 보존복원처리 과정을 밟지요.”

‘문화재 종합병원’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김선영 학예연구사의 말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문화재도 형태가 변하거나 손상을 입는 등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 간다. 바로 365일 훼손된 문화재를 보존 및 복원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다.

김 학예연구사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문화재 보존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재의 보존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존 또는 복원조치를 취하는 과정이 종합병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화재를 위한 특별 맞춤 종합병원
문화재청 산하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69년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로 출발했다. 1995년부터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문화유산을 조사연구하고 보존복원하며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현재 7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괜히 문화재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 이곳에선 ▲금속실 ▲석조실 ▲소성물실 ▲벽화실 ▲지류실 ▲직물실 ▲목재실 등에서 각각 해당 분야의 문화재에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복원하고 보존처리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소성물실’에서는 미륵사지석탑에서 나온 유물들을 보존처리하고 있었다. 주로 석탑에서 나온 유리구슬에서 오염물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연구원들은 유리구슬에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가며 작업하고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모든 연구원들이 실험복과 실험용 장갑을 낀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손에서 나오는 기름이나 땀이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이 필수라고 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출토유물의 경우, 흙이나 다른 오염물과 뒤엉켜 그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여러 종류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숭례문 현판도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
이어 수침목재와 건조목재 등 나무로 된 문화재를 보존처리하는 ‘목재실’을 찾았다.

여기서는 숭례문 현판 복원 작업 결과를 볼 수 있었다. 2008년 11월 방화사건 속에서 50여편으로 조각났던 숭례문 현판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숭례문 현판을 복원하기 까지는 1년여라는 시간이 걸렸다. 센터에선 우선 손상상태를 조사하고 도면화 작업을 했다. 이어 X-ray 조사로 목재의 내부결함을 파악하고 고정용 못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후 현판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접합했다. 최대한 원래 목재를 다시 사용했고, 훼손 정도가 심한 테두리목을 새로 제작해 복원했다.

복원팀은 한국전쟁 이후 보수작업으로 달라진 현판 글씨도 예전 상태로 되돌렸다. 양녕대군 후손 이승보가 19세기 숭례문 보수 당시 탁본했다고 전해지는 것을 지덕사에서 발견해 복원에 활용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송지혜 학예연구사는 “3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작업에선 제대로 된 건조목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면서도 “숭례문 방화에 안타까워하던 많은 국민들이 목재를 기증했기 때문에 보존 작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 학예연구사는 “민족의 역사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뿌듯하다”며 “문화재를 보존복원하고 또 다른 훼손을 막는 작업이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금동신발 녹 제거하는데 약 반년이나 걸려
현재 보존처리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곳 중 한 곳은 ‘금속실’이다. 금속유물은 발굴 뒤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히 부식하는 등 손상을 입는다. 금속실에선 이를 막기 위해 중요 손상 요인을 파악하고 원래 유물 형태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


요즘은 지난해 미륵사지 석탑 1층 심주석에서 발굴한 사리장엄구 보존 작업에 한창이라고 한다. 고창 봉덕리에서 발굴한 금동신발의 경우 보존 작업을 시작한 지 두 달째인데, 유물에 뒤엉킨 녹을 세밀하게 제거하고 있었다. 앞으로 두세 달이나 작업을 더 해야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금속실 권혁남 학예연구사는 “우리 손으로 잘 복원한 문화재를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문화재 보존 및 복원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실험실’에선 문화재의 보존 및 복원에 필요한 환경 정보를 얻기 위한 실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기계들은 마치 창조주가 된 것처럼 비도 뿌리고 바람도 쏘았다.

자동차로 치면 어떤 페인트가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실험하듯, 실제 문화재와 유사한 재질을 장비에 넣고 풍향, 풍속,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 문화재에서 사용한 석재는 비가 많이 오면 노랗게 변한다’와 같은 정보를 얻는다.


한편 보존과학센터에는 층마다 ‘응급샤워’ 시설이 있다. 실험 중 화학약품이 연구원들의 몸에 쏟아졌을 때를 대비해 만든 샤워 장치였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응급샤워를 사용한 연구원은 없다고 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문화재는 국가적, 민족적, 세계적 유산으로서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조사 및 연구해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더욱 많은 연구로 우리 문화재 보존 및 복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8월 15일 복원 서울 광화문 공개
8월 15일에는 센터에서 참여해 복원한, 또다른 결과물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바로 서울 광화문이다. 센터에선 광화문을 각종 사료와 사진을 토대로 고종 2년 1865년 중건 당시의 목조 구조로 되돌리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오래전 문화재를 옛 모습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문화재 보존작업 덕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재를 치료하고 되살리고 있었다. 앞으로도 적절한 보존 및 복원처리를 통해 우리 문화재의 오랜 역사를 이어가길 바란다. [정책포털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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