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30분 만에 세계일주한 것 같아요. 태국 음식도 먹고 인도 의상도 입어보고, 베트남 언니랑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순식간에 세계문화 체험하니까 신나네요!”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송은지양(16)은 아침 일찍 학원 다녀오는 길에 “세계일주를 했다”고 자랑했다. 순식간에 어떻게 세계 일주를 했느냐고 묻자 송양은 ‘2010 세계문화나눔’이라는 팸플릿을 가리켰다.

결혼이주여성과 함께하는 문화 체험
부천여성청소년센터는 7월 21일 오후 2시부터 세 시간 동안 센터 내 강당에서 2010 세계문화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세계 문화 이해를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 정혜선 사회복지사는 “다문화 시대에 맞춰 결혼이주여성이 소외계층이 아닌 지역의 주민으로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며 “결혼이주여성과 지역주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역주민은 물론 결혼이주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로 의미가 남달랐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아이디어 제안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앞장섰다. 한국인 입맛에 맞을 만한 음식을 제안하고, 사진 전시물을 꾸미는 등 행사를 이끌어낸 것이다.

행사장에선 ▲태국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각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었다.

고향의 맛있는 음식과 멋진 문화를 안내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표정에선 생기가 넘쳤다. 서툰 한국어로 정답게 인사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모습이 매우 정겨웠다.

“캄보디아 음식이 우리 입맛에도 맞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겼다. ‘세계음식 먹고’ 코너에서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의 전통음식을 시식해볼 수 있었다.


더운 여름인 만큼, 시원한 음식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태국의 열대과일빙수와 배트남의 녹차가루로 만든 빙수인 ‘쩨(CHE)’에 참가자들이 줄지어 섰다.

또한 인도네시아식 국수볶음 ‘미고랭’과 필리핀식 닭볶음탕인 ‘아프리타다’도 오후 시간대에 맛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캄보디아식 월남쌈 ‘사여’를 소개하던 캄보디아 출신 스레이라씨는 “한국 사람들이 전병에 야채를 말아 쌈을 만들어 먹는 음식은 베트남 음식인줄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음식이 캄보디아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맛있다며 관심을 가져주어 뿌듯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캄보디아 문화를 나누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캄보디아의 음식은 준비된 식재료를 모두 쓸 정도로 참가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토록 많은 인기를 얻은 비결은 결혼이주여성의 참여에 있었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 정 사회복지사는 “지난해에도 캄보디아 음식을 알릴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는 한국인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음식이라 준비한 식재료의 절반 이상이 남았다”며 “이번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적극적인 추천 덕분에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고, 각국의 전통도 살아있는 음식들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전도사로 나선 태국 여성들
행사장 한편에는 각국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세계문화 보고’ 코너가 있었다.

태국에서 온 나파랏씨와 시리폰씨, 쓰리파이씨가 태국 송크란 민속춤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던 관중들은 이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아이고, 잘한다”고 외치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나파랏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태국 민속춤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니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점차 호응이 커지는 것을 보며, 이렇게 태국 전통문화를 다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선 국가별 문화를 알 수 있는 사진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전시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세계 전통의상 입고 사진까지
이날 행사의 묘미는 ‘세계사진 찍고’ 코너였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에선 참가자들이 각국의 의상을 입어보고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태국 전통의상 ‘파친’에서부터 베트남의 ‘아오자이’, 인도네시아의 ‘그바야’ 등 다양한 국가의 의상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결혼이주여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박선자씨(41·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이렇게 문화 나눔에 앞장서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다”며 “다함께 어울려 세계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라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장을 찾은 이정수군(18)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줘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얼마 전부터 주변에서 ‘다문화, 다문화’하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짧지만 잠깐이나마 경험해보니 더욱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 정혜선 사회복지사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나눔을 통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와 인식개선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지역주민들이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청소년들은 하나 같이 “다양한 세계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히 다문화를 인정하자고 외치는 것 보다는 다문화 체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문화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정책포털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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