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평소 전통 공예에 관심이 많았는데 신문에서 행사 소식을 보고 아이와 함께 일부러 찾아왔어요. 우리 공예품이지만 일반인이 자주 접하기 힘들다보니 관심을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7월 1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딸과 함께 온 김인영씨(38·여·경기도 용인시)는 “전시 작품에서 풍기는 기품과 아름다움에 놀랐다”며 불화장 장인 임석환씨(62)의 ‘관음보살도 그리기’ 시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7월 26일까지 '합동공개행사'열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문화재청의 후원을 받아 7월 26일까지 인사사아트센터에서 ‘2010 여름, 천공을 만나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중요무형문화재 26개 공예종목 보유자 35인이 참가해 시연을 보여주고 작품도 전시했다. 특히 올해 새로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 소목장과 제 96호 김일만, 정윤석 옹기장 보유자가 처음으로 공개행사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문화재청은 2008년부터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공연전시팀 장보영씨는 “전통공예의 맥을 살리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보유자들이 있었기에 5000년 생활 문화가 담긴 전통공예품을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공예품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삶의 예지와 섬세한 손맵시를 느끼고 전통공예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날은 매듭장, 소목장, 옹기장, 목조각장, 불화장, 석장 장인들이 시연에 나섰다. 쉽게 접하기 힘든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들의 작품과 시연 모습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국내외 관람객들로 실내는 무척 붐볐다.


문화재 장인들과 일반인이 만나는 자리
행사장 입구에선 중요무형문화재 제 108호 목조각장 전기만 장인이 불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50㎝ 정도 되는 나무를 밑그림에 맞춰 조각칼로 이리저리 파내고 있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흰 생활 한복을 입은 김일만 옹기장 장인(70)이 발로 전통물레를 돌리고 있었다.물레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황토빛 점토가 장인의 손끝에서 어느새 원통 형태에서 옹기 모양으로 변했다. 시연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관람객들 입에서 ‘와’ 탄성이 흘러 나왔지만 장인의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예술가의 세월이 묻어났다.

그는 “보유자가 된 감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벅차다”며 “문화재청에서도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장인을 보는 일반인의 인식도 좋아졌다는 점을 시연회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같은 길을 가는 다른 장인들과 교류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보유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전통 공예를 접하는 행사가 더욱 늘어 우리 공예품의 진가를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된 작품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외국 여성 3명이 다정하게 행사장 입구부터 전시된 작품과 장인들의 시연 모습을 꼼꼼히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소프트웨어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2주 됐다는 프랑스인 소피씨(42·여)는 두 딸과 함께 인사동을 찾았다가 우연히 전시장에 왔다고 했다.

“한국 전통공예품을 처음 보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운을 뗀 그녀는 “아이들도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며 “한국에 3년간 머물다가 파리로 돌아갈 예정인데 기회가 되면 목조각 기술을 배우고 불상도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정봉섭 장인의 제자들이 머리카락처럼 가는 명주실 여러 가닥을 꼬고 합하는 시연 모습을 보던 관람객 한정아씨(49·여·경기도 김포시)는 “한 올 한 올 정성으로 매듭을 엮는 모습을 보니 감탄할 수밖에 없다”며 “예부터 이어져온 여인의 기예와 정성이 매듭의 격을 더욱 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공연전시팀 장보영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승과 보급을 활성화하고 일반인에게 관람 기회를 드리기 위해 올해 11월쯤 중요무형문화재 공예기능 보유자와 제자들의 작품공개 행사를 열 예정”이라며 “시연 행사는 없지만 전시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들이 전통의 중요성과 깊이를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조화로 이룬 재주’를 가진 장인이 땀과 열정을 바쳐 완성한 전통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보다 외국인들이 더 감탄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좀 더 많은 이들이 전시장을 찾아 우리 전통공예품의 멋과 품위를 느꼈으면 한다.

매일 오전 10-12시와 오후 2-4시에 장인들이 나와 시연을 펼친다. 자세한 시연 일정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www.ch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정책포털 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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