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책을 좋아하지만 빌릴 때마다 찝찝한 것은 사실이에요.”

취미가 독서인 대학생 김웅규씨(28.경기도 시흥). 그는 금요일 저녁이면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린다. 친동생의 대출증까지 빌려가며 무려 3~6권의 책을 빌려 읽는다고 했다.

이런 그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여러 사람들이 돌려가며 읽는 책이므로 깨끗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리는 정설화씨(26·여·경기도 시흥)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다가 경악했다. 책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이나 민간 책 대여점의 책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타액에 젖어 일그러진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세균이 있지는 않을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마다 사서 보는 것은 비용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시흥시립도서관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6월 초 책 소독기를 설치해 누구내 책을 소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소독기는 여러 사람들이 읽어 더러울 수도 있는 책을 깨끗하게 소독하는 기계를 말한다. 시흥시의 시립도서관을 관리하는 시흥시립도서관의 유민씨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때 세균으로부터 보다 건강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책 소독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850만원의 예산으로 들여 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도서관과 군자도서관에 각각 1대씩 소독기를 설치했어요. 지난해 발생한 신종플루 때문에 시민들이 개인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답니다.”

도서관측에선 책 소독기를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입구에 설치했다. 소독은 책을 대출한 후나 반납할 때 등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된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책을 소독기 안에 펼쳐 넣고 개인의 취향별로 30초에서 1분까지 시간별로 선택하는 간편살균소독, 표준살균소독 등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소독할 수 있다. 펼친 페이지뿐만 아니라 각 페이지마다 숨어있던 세균을 99.9%까지 박멸할 수 있다고 한다. 소독이 다 끝나면 책 페이지에서 아로마향이 은은하게 난다.


책 소독기를 이용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처음 사용해봤다는 송민아양(16)은 “소독기라 해서 흔히 아는 소독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로마향이라 기분 좋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최미숙씨(37·여)도 “여러 아이들의 손이 거친 책이라 빌려보면서도 항상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아이들의 책을 대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주 책을 대출하던 김웅규씨(28)는 “오늘은 대출한 책만 소독하지만 다음에 올 때는 집에 있던 전공 서적도 가지고와 소독해 읽어야겠다”고 말했다.


김영진 시흥시립도서관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5곳인데, 이중 2곳에 책소독기를 설치했다”며 “앞으로 각 도서관마다 소독기를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해 시민들이 도서관을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서관의 책 소독기 도입은 어찌 보면 빛이 나는 정책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소소하게 챙기는 진심을 담은 정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책 소독기 도입을 통해 책을 읽어 지식을 깃들게 돕는 도서관의 기능 그 이상으로 시민들의 건강까지 한 번 더 생각하는 도서관이 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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