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흔히 학생이라고 하면 장학금을 받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경희대에서 ‘늘품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외식경영학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늘품카페의 수익금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늘품카페에 직접 가봤다.

비어있는 실습실을 학생들의 카페로
늘품카페는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학생들이 직접 계획해 문을 열었고 운영하고 있다. 2006년 2학기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원래 이곳은 학교 건물 지하에 있던 실습실이었다고 한다.


늘품카페 원년멤버인 이보화씨는 “지하에 비어있는 공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볼까 하는 고민하던 중 만든 곳”이라면서 “실습실 안에 있던 커피머신기계를 보고 인원을 모아서 카페를 운영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뜻이 있는 학생들 10명 정도가 모여 실습실을 카페로 개조했다. 또 갖가지 장식 등도 직접 간단하게 꾸몄다. 늘품이라는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정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들은 ‘늘품지기’로 매학기 새로 뽑힌다. 이곳의 사장 역시 학기마다 새로 뽑혀 카페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는다. 과거 늘품지기 선배들은 뒤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다.

이번 학기 늘품카페의 사장인 송주연씨(21·여)는 “카페에서 일을 하려면 간단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야 하는데, 학기마다 경쟁률이 4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류전형과 면접과정의 심사는 주로 늘품지기 선배들의 몫이다.

여느 카페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커피맛도 좋아
카페의 분위기는 다른 기존 대학교에 있는 카페 못지않게 아늑했다. 이곳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친구 같은 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이고, 가격이 아메리카노의 경우 1000원일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카페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카페에 자주 들린다는 신입생 이예진씨(20·여·호텔관광전공)는 “가격이 저렴하고 직접 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일부러 자주 온다”고 말했다.

김유진씨(23·여·자유전공)는 “주로 수업을 듣는 건물과 다소 떨어져 있지만 멀어도 이곳을 이용한다”면서 “학우들이 직접 계획하고 운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친근해서 멀어도 오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생들에게 번 돈으로 주는 장학금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이곳에선 카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관리유지비와 물품 구매비를 제외한 돈이 수익인데, 매 학기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2학기에는 매출이 전학기보다 30~50% 가량 올라 제법 흑자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늘품장학금’을 만들었다. 늘품지기 중 한 명인 원현지씨(21·여)는 “늘품지기들끼리 학생들을 돕는 새로운 일을 생각하던 중 남은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모두들 늘품장학금을 만드는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은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을 도우면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모아 본격적으로 장학금 사업에 착수했다.


장학금 주는 학생, 받는 학생 모두 만족
우선 회의를 통해 수익금에 맞추어 장학금 금액을 정했다. 장학금의 수혜자는 외식경영학과 사무실의 도움을 얻어, 아쉽게 학교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 가운데 선발했다. 가정형편과 학업성적을 감안해 대학이 추천한 학생은 3명이었다.

그리고 5월 24일 이곳에선 늘품카페의 첫 장학금 전달식이 열려 장학금 수여자인 늘품지기들 10여명과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 3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장학금을 줬다.

처음 장학금 소식을 듣고 생소해 하던 학생들은 선후배들이 모은 장학금을 받고 신기해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카페사장 송씨는 “장학금을 주는 학생도 그리고 받는 학생도 기분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을 계기로 늘품장학금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매출을 늘려 장학금 더 많이 주고 싶어요”
이런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카페에서 만난 홍정훈씨(20·호텔관광전공)는 “학생들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다니 신기하다”면서 “이번 학기에는 장학금도 생겼다는데 학우들이 뜻 깊은 일을 하는 카페여서 더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늘품지기 최종렬씨(21)는 “늘품카페를 앞으로도 활발하게 운영할 것”면서 “카페의 활발한 운영으로 많은 수익금이 생겨서 이제 처음 시작한 늘품장학금이 좀 더 체계적이고 많은 학우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직접 신메뉴도 개발하고 수요조사도 하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늘품 대학생들. 커피나 라떼를 만드는 모습이나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이 따뜻해 보였다. 또한 선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따뜻한 정도 더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이곳의 학생들의 발길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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