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우리 회사는 장애인을 위한 기업입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대우받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제조회사 (주)한테크종합개발(이하 한테크)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 (주)한테크
한테크는 서울 도봉구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전체 직원 55명 중 37명이 장애인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취약계층을 고용할 경우, 노동부로부터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다.


한테크의 이재운 대표(29)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7년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장애인표준사업장 한테크에 뛰어들면서부터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선정하는 장애인고용사업체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는 곳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되면 노동부로부터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융자 또는 지원받을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장애인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이 결코 일반제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에게 적절한 환경과 관심을 가져주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표준사업장보다 더 많은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졌다.

2008년 2월 대학을 졸업한 그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한테크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2008년 4월 한테크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장애인을 전체 직원의 60% 이상으로 고용하기로 생각했다. 현재 공장에는 지적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 20세부터 64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장애인 37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에는 1~3급의 중증장애인이 반을 넘는다.

회사 내부의 항의도 많았다. 회사를 떠나는 간부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젊은 패기와 인내심으로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면서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는 비장애인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실하게 일하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종량제 봉투 제조업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라고 했다. 기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는 말처럼 장애인을 고용했다. 봉투를 박스로 포장하는 일을 기계 대신에 사람이 하는 식으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축복”이라며 장애인에게 일은 각별하다는 입장이다. 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일반인과 동일하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을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을 장애인 근로자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이외에도 매주 2,3회 개인면담을 한다. 이를 통해 6명의 장애인 친구들을 한곳에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뜻이 맞는 이들끼리 작업하면 능률과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어려움 극복
장애인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작업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86만원에서 150만원 수준이다. 장애등급별 작업량에 따라 다르고 가공과 인쇄 기술관련 장애인은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지체장애인 이명수 작업반장(57)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일하는 분위기가 있어 작업하는데 특별히 어려움은 없다”면서 “목표 생산량에 맞춰 빨리하거나 많이 하라는 지시가 전혀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장애인 기업답게 장애인 근로자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량 쓰레기봉투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는 강숙씨(41·여)는 “장애인들끼리 개성을 살리면서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장애인 근로자의 말을 우선적으로 듣도록 노력하는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애인 근로자는 대부분 포장업무 등 단순한 작업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결코 무리한 작업량을 주지 않는다. 이 대표는 시간이 있을 때 마다 하는 말이 ‘쉬면서 일을 하라’이다.

이런 이 대표의 생각은 지난 해 6월부터 주 5일제 근무제로 발전했다. 야간 작업과 토요일 근무가 일반적인 업계현실을 본다면 파격적인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장애인을 보호하고 작업의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다.

덕분에 실제 불량률이 줄어들고 종업원들의 사기와 능률은 올랐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4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장애인과 더불어 성장하는 회사’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장애인을 착취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장애인을 채용할 때 장애인 보호자까지 면접을 진행한다. 사업주가 결코 장애인을 착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회사가 장애인과 더불어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한번은 퇴근한 지적장애 근로자가 20일 동안 행방불명된 적이 있었다. 회사에 경찰과 부모가 찾아와 장애인을 혹사시킨다는 항의를 했다. 결국 길을 잃어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으로 오해가 풀렸지만 장애인을 채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한 둘이 아니다.

비장애인 같으면 한두 번 얘기할 것을 10여번 반복해 지시하는 것은 보통이고 안전사고의 우려와 장애인특유의 자기방어적인 고집도 작업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 취업은 개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매우 크다”고 강조하면서 “장애인들이 한테크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을 긍지로 여기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8월에는 9명의 장애인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그는 장애인들과 매일 족구를 하면서 스킨십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장애인이 만든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갖자고 주문하고 있다. 제품 소비자들의 일부 편견과 오해에 대해 힘을 합쳐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한테크는 장애인만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새터민, 여성가장, 기초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10명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를 포함하면 47명이 취약계층인 셈이다. 이는 전체 직원의 90%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젊은 사회적기업가로서 조그만 장학재단을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배우려고 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을 못가는 지역사회 학생들에게 조그만 희망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사회적기업을 하며 배운 나눔의 철학이기도 하다. [정책포털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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