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아침 7시 30분, 서울 도곡동 숙명여자고등학교. 무거운 책가방을 멘 학생들이 하나 둘 등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느 고등학생들과는 달리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학교에서 맛있는 아침밥을 배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로 ‘굿모닝 아침밥 클럽’이다. 서울시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식사할 수 있게 간단한 아침메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식사시간에 건강 식생활 실천메시지 등 영양교육도 실시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5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범적으로 숙명여고와 단대부고 학생 50명씩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메뉴는 빵과 떡, 시리얼 등 기본 곡류군에 우유 등 유제품, 과일이다.

켈로그 등 여러 기업에서 아침밥 클럽을 후원하고 있고 시와 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료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학생들은 아침 7시 40분부터 학교 시식실로 모여 아침밥을 받는다. 이날의 메뉴는 치즈 카스텔라와 우유, 바나나였다. 학생들은 시식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빡빡학 수험생활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숙명여고 3학년 김도연양은 “학교에서 아침밥을 주니까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도연양은 “시리얼, 빵, 떡, 과일, 두부까지 다양한 식단이 나온다”면서 “등교하는 길에 받아가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3학년 박세라양은 “받자마자 먹기도 하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식단은 다양하지만 빵이나 시리얼의 종류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학년 신우연양은 “양도 적당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또한 "집에서 급하게 시간에 쫓겨 먹는 것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최유리양은 “아침밥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라면서 학교에서 아침밥을 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리얼과 함께 먹는 요구르트가 제일 맛있다”면서 “좀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학생들의 아침밥 배식을 담당하는 것은 이 학교 학부모가 참여한 클럽지기다. 학부모 3명이 교대로 배식을 담당하는데, 이날의 클럽지기는 강인혜씨였다.

강씨는 “아무래도 아침 일찍 나오기가 힘들지만, 학생들의 아침밥을 주는 일이니만큼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면서 “아침밥을 주는 혜택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굿모닝 아침밥 클럽 담당자인 배은선 선생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숙명여고의 학생들의 아침밥클럽 출석률은 80%를 넘길 만큼 높은 편이다.

이는 아침밥클럽 프로그램을 도입한 다른 학교와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침밥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공한 학교는 많지 않았다. 아침밥을 주는 것이 차별의 일종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아침밥을 받으러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숙명여고에선 이 점에 착안해 다양한 학생들을 섞어 구성했다. 배은선 선생님은 “기초생활 수급자, 한부모 가정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정과 성적 우수 학생들까지 고루 섞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아침밥을 받으러 오는 학생을 집안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생들이 아침밥을 받다보니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아침결식은 영양불균형을 초래 할 뿐 아니라 학습 및 신체 발달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서울시민보건지표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아침결식률은 26.3%로 성인 평균 18.9%보다 월등히 높다.

감남구 보건지도과의 김영심 담당자는 “아침밥은 학습 뿐 아니라 신체 발달에도 큰 영양을 미친다”면서 “청소년기의 아침밥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후 사후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와 생활 개선 등을 평가하여 차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직은 확답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실시한 결과가 좋을 경우 시와 구의 예산 등을 고려하여 확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굿모닝 아침밥클럽의 시범사업은 올 12월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은 늘 바쁘고 힘들다. 하지만 학교에서 맛있는 아침밥을 준다면, 하루의 시작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아침밥클럽의 성공 및 확대 실시를 기대해본다.[정책포털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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