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허리는 30도 정도로 가볍게 굽히고, 손잡이의 한 가운데 배꼽이 오게 일직선을 맞추어 한쪽 페달이 가장 낮은 쪽으로 내려왔을 때 반대쪽 페달을 밟고 달려 나갑니다.”

자전거를 탈 때 척추나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안전한 자세를 알려주며 자전거 타기를 권유하는 장수원씨(29). 그는 3년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오고 있는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매일 자전거로 8km를 달려 출근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40여분. 지름길로 가면 7㎞ 남짓 거리지만, 대청공원을 한 바퀴 돌며 맑은 공기를 마신 뒤 출근한다.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그로부터 자전거의 장점을 들어봤다.

처음 자전거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군대에 있을 때, 동기 중 한 친구가 유난히 체력이 좋더라고요. 하체가 튼튼해서 훈련 받을 때도 덜 피곤해하고, 모두들 그 친구의 무쇠 다리를 부러워했어요. 특히 족구 경기를 할 때는 그 친구를 서로 같은 팀으로 데려오려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친구에게 무쇠 다리의 비결을 물으니, 군대에 오기 전 꾸준히 자전거를 탔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산악용 자전거 MTB 마니아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군에서 제대한 뒤 자전거를 구입해 타기 시작했고, 어느덧 5년 이상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족이 됐네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자전거를 타다 보니, 우리나라는 아직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도 부족하고 자전거 인들을 위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자전거를 타기 위해 을숙도 등의 공원에 차로 자전거를 실고 가져가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탈 공간이 부족하니까 자주 못 타게 되고, 비싼 돈 주고 산 자전거 타기에 소홀해지는 것 같아 아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꾸준히 자전거를 타고 싶은 데 탈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각해 낸 방법이 건강도 찾고 차비도 줄일 겸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도 하는 거였어요.

처음 자전거 타고 출근한 날, 기억나시나요?
처음에는 평소처럼 자동차로 가던 길로 회사에 갔어요. 자동차를 몰고 출근할 때는 몰랐는데, 자전거로 가니 아침 출근길은 여기 저기 경적 울리는 소리로 정신이 없었어요. 끼어들기 하는 운전자들을 피해 조심조심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날은 인도를 이용해 출근했는데, 인도로 다닌다고 많은 분들이 손가락질을 하시더라고요.

복장 때문에 민망하기도 했어요. 아시다시피, 옷이 쫄쫄이처럼 몸에 달라붙어 있거든요. 바람을 타고 갈 수 있기 위한 복장인데 주변 사람들이 다들 한 번 더 쳐다보는 바람에 부끄러웠어요.

심한 운동도 아니었는데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를 마음먹고 한동안은 몸살도 하고, 집에만 오면 뻗어서 잠에 취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적응이 되더군요. 지금은 인도보다는 공원을 끼고 산적한 산길로 출근을 해요. 차도로 다닐 때에는 가장자리 차선으로만 다니고요.

계속 자전거로 다니다 보니, 오히려 몸이 건강해져 피로감이 덜하고 오히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걸 느꼈어요. 요즘은 주변에서 나도 자전거 타고 출근해볼까 하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거나 멋지다고 손을 흔들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지, 3년 가까이 되는데도 어려운 점이 여전히 많은 것 같네요. 우선 자전거족들은 위험에 드러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인도로 다닐 수도 없고, 차도로 다닐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잖아요. 특히, 아침 출근길엔 자전거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저런 욕을 많이 먹기도 해요.

차도로 다니면 운전자들이 경적을 빵빵 울리거나 빨리 가라며 위협할 때가 많죠. 큰 사고가 일어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보행자들이 다니는 인도로 다닐 수도 없기 때문에, 출근길은 유난히 힘들어요.

아, 그리고 궂은 날씨의 자전거 출근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해야 합니다. 차나 지하철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장비도 더 많이 챙겨야하고, 출퇴근시간도 미리 넉넉잡고 출발해야 지각을 면할 수가 있습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니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건강에 좋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건강은 덤으로 얻을 수 있어요. 하체뿐만 아니라, 기관지도 좋아지는 것 같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고 나서 심하게 아팠다거나 감기가 걸린 적도 없었네요.

그리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러시아워’는 먼 얘기처럼 들리죠. 출퇴근을 할 때 교통비도 전혀 안 들고, 지각할 일도 없고요. 그리고 요즈음 ‘저탄소 녹색성장’ 이야기들 많이 하시는데 자전거를 타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줄일 수가 있어요.

서울에서는 자전거로 이산화탄소 다이어트 하기 캠페인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굴리다보면, 건강도 찾을 수 있고, 용돈도 줄일 수 있고, 지구환경도 지킬 수가 있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자전거 타기는 일석 삼조. 사조는 되는 것 같은데요?

자전거 도로가 곳곳에 생기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우선 자전거 도로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도 극히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부산을 예로 들자면 경성대·부경대 쪽과 다대포 강변 쪽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습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일부러 자전거 전용 도로쪽으로 달려보기도 하는데요. 도로 한 가운데 쓰레기통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고, 심지어 자전거전용도로에 주차를 해 놓은 차도 있습니다. 또한 전용도로 가운데 나무를 심어놓거나 주차금지 표지판을 설치한 곳도 있어요. 이처럼 자전거 전용 도로 곳곳을 막고 있는 장애물들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요.

장애물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겨 있다 보니 몇 번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자전거를 타게 되죠. 전국에 자전거 도로를 많이 개설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존의 자전거 전용도로부터 보완해줬으면 합니다.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고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최근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요?
몇 년 전에 비하면, 요즘은 자전거 출퇴근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고 출근길 빵빵거리는 운전자 분들도 많이 줄었어요.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를 개설하거나, 자전거 먼저 캠페인 등을 벌이는 등 자전거족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부산시에서 곧 부산지역 최고의 도심 생태하천인 온천천 수면 위에 잠수교 형태의 이색 자전거도로를 개설한다고 하던데 이처럼 자전거 타기를 권유하기 위해 환경을 조성해 주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환경이 좋게 변화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운전자와 보행자의 인식은 아직도 변화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 아쉬움이 듭니다. 자전거는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운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덴마크는 ‘자전거의 천국’으로 불립니다. 세계 최초로 100년 전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어 도로마다 100% 자전거 도로가 있어요. 차량과 같은 신호를 받아서 좌회전 우회전 할 때 신호를 받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자전거 전용 신호를 신호등에 함께 표시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하다보니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공해도 줄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멈추지 않고 씽씽 달릴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서로 연결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마니아 장수원씨를 인터뷰하면서 그는 정말 자전거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자전거에 대한 열정 덕분에 나 역시, 자전거를 한번 타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부터라도, 시간이 나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운동을 하면서 좀 더 건강한 몸도 만들고,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앞서야겠다. 정책기자 김수현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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