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박사의 세상을 여는 마음

[(경상)조은뉴스=김동길 박사 칼럼]  여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을 기대했던 많은 유권자들에게 있어서
6·2 선거의 결과는 낭패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특히 안보를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사려 깊은 유권자들 중에는 걱정이 태산 같은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틈을 타서 북의 대남 압박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선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세하던 여당은 왜 이렇게 참패할 수밖에 없었습니까.
여론조사라는 것이 돈과 시간의 낭비일 뿐입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선거를 앞두고 며칠 여론조사가 금지된 그 기간에 생긴 이변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에는 전혀 응하지 않던 상당수의 유권자가 투표로 결정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가 많을 것이고,
젊은 사람들의 대거 투표 참여가 판세를 바꿀 수도 있었겠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2년 남짓, 17대 대통령은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회색으로만 남아있기를 고집하였습니다.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중도입니다.”
- 이런 발언이 “대통령은 기회주의자다”라는 누명을 씌웠습니다.
기회주의자는 좌와 우에 다 호감을 주고 양쪽의 도움과 지지를 받게 되기보다는 양쪽의 미움을 다 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현상이 벌어진 6·2 지방선거였다고 나는 믿습니다.

이명박의 중간평가가 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2007년 당선되고 나서 즉각 한나라당내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경쟁자이던 박근혜 포섭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링컨이 당선 직후 경선의 최대 맞수였던 윌리엄 스워드를 포섭했듯이, 오바마가 자기를 여지없이 밟고 맞섰던 힐러리 클린턴을 끌어안듯이, 박근혜를 끌어안고,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밀어줄 것을 약속하고,

대통령 중심제의 테두리 안에서
내각책임제를 운영하자고 제의하면서 그를 국무총리의 테두리 안에서 내각책임제를 운영하자고 제의하면서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전권을 위임했더라면,
오늘의 이 부끄러운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을 박근혜에게 맡겼어야 하는데!

그리고 천안함 침몰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회색에 안주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강경 자세로 돌변하니까,

유권자는 이 정권이 전쟁을 시작하려는가하는 걱정이 앞선 경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살리기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도 참패의 원인으로 간주됩니다.

그렇지만 2012년을 위하여는 6·2 지방선거의 참패가 한나라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2012년에는 누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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