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칼럼)=안희환 논설위원]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든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기 이득을 챙기므로

상대를 더 큰 수렁 속으로 빠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양심이 마비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사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들을 발판 삼아 딛고 서는 사람을 어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현재 북한의 처절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목숨을 걸고 탈북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먹고 살 길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이며,

억압과 강요 속에서 숨을 죽이던 세월 속에 지쳐버린 사람들입니다.

살 길을 찾아 도망치다가 가족과 생이별 한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의 인위적인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들도 다수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처절한 인생을 살다가 북한을 탈출하여 낯선 곳에 왔고 아직 정착도 하지 못한 채 외로워하고 힘겨워하는 탈북자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이라고 할 때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고 손을 내밀어야 할 친구에게 목에 칼을 들이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인터넷 불법채팅 사이트를 운영해 온 남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 사이트는 음란 채팅을 통해 한국 남성들을 유혹하는 사이트인데 4년 동안 14억 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것만 해도 죄질이 나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음란 채팅을 위해 고용된 여성들 상당수가 탈북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고용된 여성이 160명이나 되니 기업형 음란 사이트라고 할 것입니다.

탈북자들을 이용한 돈벌이를 해서 큰 이득을 남겼는데 그런 식으로 번 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많이 있습니다.

실컷 일을 시키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고용주들이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받은 정착금을 노리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탈북자들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탈북자는 이런 한국이 너무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다가 다시 중국행을 택하였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오기를 그토록 학수고대했었는데

막상 한국에 들어온 후 겪은 실망스러운 일들 때문에

중국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탈북자들에게 못되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물을 털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 정착하지 못한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탈북자들을 돌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귀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까지 헛된 것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어 많은 탈북자들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나게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중국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일이라 해도 한국 정부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 땅에서 아직 적응도 하기 전에 사기를 당하거나 이용을 당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제도적인 준비도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제도를 갖춘다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국민들 역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합니다. 말투가 다르고 사고방식이나 생활 습관에 차이가 난다 해도 그들은 우리의 형제요 자매입니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며 손 내밀고 우리와 동일한 한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다른 차이점들을 이해해주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자세는 앞으로 통일 이후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아직 소수인 탈북자들을 품고 그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통일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더 많은 이들과 섞여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겠는지요? 통일은 입으로만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탈북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매우 가치 있는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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