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진중권·MBC뉴스 까지, '관제방송' 비판 봇물…"MB, 침묵강요해"

KBS 2TV <시사투나잇>의 후속편 격인 <시사360>을 놓고 누리꾼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미네르바' 신드롬을 다룬 첫회 방송 분 이후, "정부입장을 대변한 채 진실을 왜곡했다"며 '관제방송'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누리꾼들의 성토 뿐 아니라, 첫 방송에 출연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제작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가 하면, 진중권 중앙대 교수와 '미네르바' 자신도 편파적 방송 내용을 강도높게 질타하는 등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네르바가 잠재적 범죄자?…제작진 "경제 비관론 퍼뜨려"
 
<시사360>은 그간 '방송장악' 논란 속에 지난 13일 막을 내린 <시사투나잇>의 후속 방송으로, '360도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360도 구석구석 조명한다'는 프레이즈를 내걸고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미네르바 신드롬, 왜'라는 보도를 통해 인터넷 상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논객 '미네르바'를 집중 조명했다. 9월 이후 미국발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네르바'의 글과 행적 등을 내보내며 그가 미친 영향 등을 분석했던 것. 
 
문제는 보도가 나가는 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소개하며 '미네르바'를 잠재적 '괴담 유포자'로 묘사했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한 남성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장면 등이 대표적 논란거리로 발생한 상황.
 
▲ 시사투나잇의 후속편으로 지난 17일 첫 방송한 <시사360>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KBS <시사360>

실제로 제작진은 "(미네르바의 예측이) 모두 맞은 것은 아니었다. 경제 불안이 계속되는 한 미네르바는 계속 나타날지 모른다"는 멘트를 삽입하는가 하면, 진행자도 "허황된 괴담 속에 경제 비관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마무리 멘트를 가하기도 했다.
 
19일 오전 현재 2천여개 넘는 비판글…"시사투나잇 쓰레기로 변해"
 
이후 누리꾼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시사투나잇이 쓰레기로 변했다"며 '관제방송'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러한 비판은 방송 이후 이틀이 지난 19일 오전 현재까지도 2천여개에 달하는 비판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네르바' 자신도 방송내용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 18일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얼핏 보면 (내가) 조직 우두머리 마피아라도 되는 줄 알겠다"며 성토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다룬 방송 내용을 직접 거론, "제작진은 내가 '국제통화기금과 달러 스와프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며 "나는 분명 IMF 달러 스와프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김태동 교수, 제작진 비판…"아예 인터뷰 하지 않았다면"
 
게다가 첫회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18일 저녁 '미네르바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리고 제작진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김 교수는 당시 인터뷰 상황에 대해 "'미네르바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제작진 질문에 '나보다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했다"며 "이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기에 중요한 예측을 많이 맞추셔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네르바 인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기에, 촛불집회 때처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답했다"며 "(이렇게 답한 이유는) 정부가 사이비 학자를 내세워 갈팡질팡 하지만, 국민은 안믿을 것은 안믿는 현명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어제(17일)밤 나는 <시사360>을 안보고 잤다. 오늘 오후 6시에 강의를 끝내고 포털에 보니까 많은 네티즌이 편파방송이라고 쓰신 걸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진을 우회적으로 비판, "제가 당신(미네르바)을 덜 칭찬해서 1초라도 더 화면에 비쳤다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덜 편파적이 되었을지 몰랐을 것"이라며 "아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본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나아가 '미네르바'에 대해선 "오늘 국제금융론 강의에서 통화SWAP을 조금 가르쳤다. 그러나 당신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며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이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해 달라"고 촉구했다.
 
▲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태동 교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제작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KBS <시사360>

진중권, 정부 '인터넷 통제' 맹공…"국가가 개인에게 침묵 강요한 것"
 
이런가운데,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19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시사 360, 미네르바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도 있는데, 미네르바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인가"라며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꼬집었다.
 
진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는 데에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년 경제에 파국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발언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이 대통령 이라면 사회불안을 조장했다고 처벌하려고 들겠지만, 시사 360에서는 바로 이 본질적인 문제를 제껴놓은 채, 미네르바의 예측에 대해서만 채점했다. 사실 경제학에서 그 정도 예측을 적중시켰으면 '신기'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또 "미네르바는 논객으로서 자기주장을 펼칠 헌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그의 글이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어, 그를 처벌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한나라당과 정부의 인터넷 규제법안을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미네르바의 발언이) 우리나라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조장시켜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도 정부 비판…"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 기울여야"
 
한편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미네르바' 논란에 대해 따끔한 일침이 가해졌다. '미네르바'의 활동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통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가한 것이다.
 
신경민 앵커는 이날 마지막 멘트에서 "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다. 찬반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방송까지 나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인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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