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광주)=온라인뉴스팀]   “어제 저녁부터 열이 나고 심장이 뛰어요. 잠을 못자고 입술도 말랐어요. 머리도 아파요.”

2월말 새벽 5시 광주응급의료정보센터는 광주광역시 동구에 사는 독거노인 문순례씨(77·여)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상담요원 이진숙씨는 문 어르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우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심호흡을 유도 했습니다. 동시에 119로 연락해 구급대 출동을 요청했죠. 현장을 방문한 구급대가 어르신을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고혈압이 원인이었죠. 만약 ‘응급시계’가 없었더라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응급시계’ 사업이란?
응급시계란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시간 응급체계 관리시스템이다. 광주시 동구청 건강도시팀 김혜란 담당자는 “지난해 6월 예산 3억8000만원을 들여 응급시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내 독거노인, 심장질환자, 중증장애인 300명에게 응급시계를 나눠줬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동구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응급시계를 차면, 응급시계가 사용자의 맥박을 측정해 심박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신호를 보낸다. 만약 사용자가 건강이상 증세를 느끼는 경우라면, 시계의 호출버튼을 눌러 신호를 보낸다.

동구청 김혜란 담당자는 “신호를 접수하면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선 확인전화를 건다”며 “상근하는 전문의가 응급환자로 판단하거나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엔 119에 구호를 요청하는데, 구급대는 응급시계를 찬 환자의 집을 방문해 응급처치 및 가까운 병원에 이송한다”고 말했다.

김 담당자는 이어 “응급시계의 대상자 선정과 의료정보 등 전반적인 사업수행은 동구청이 담당하며, 응급의료정보센터와 소방서, 종합병원 등이 협력해 사업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동구청에선 응급시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응급시계 지킴이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을 매일 방문해 올바른 시계의 착용과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의 하나인데, 지난해 26명에 이어 올해에는 13명이 응급시계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청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다. 구도심인 동구 지역에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어르신이 1만51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다. 이는 전국 평균 10%보다 높은 편이다. 반면 대학병원 응급실 2곳이 동구에 있어 응급상황시 대처가 쉬운 편이다.

이에 동구청은 맥박인식 첨단기능을 갖춘 응급시계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는 휴대용 리모컨이나 유선단말기의 비상버튼을 눌러 119로 연락하는 무선페이징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오작동이 많았고 전화요금과 전기세가 부담이었다. 동구청의 응급시계는 행정안전부의 ‘2008년 유비쿼터스 서비스 표준모델’로 인정받기도 했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응급시계가 더 효자”
현재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접수하는 응급시계 신호는 하루에 10여건 정도다. 광주응급의료정보센터 박시구 전문의는 “상담원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모니터를 관찰한다"며 "응급시계 센서를 통해 착용자의 맥박 이상을 감지하는 경우, 모니터에 환자의 생체징후가 나타나고 알람이 울린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혜자는 70대 중반으로 지금까지 5명이 병원의 응급치료를 받았고, 30명은 출동한 구급대원으로부터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응급시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김영심씨(74·여)는 “당뇨가 있어 약을 먹고 있는데, 최근 두통이 심하고 숨이 막혀 시계의 호출버튼을 눌렀다”며 “연락을 받고 온 지킴이와 119대원들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줬는데, 멀리 있는 자식보다 응급시계가 더 효자”라고 말했다.

응급시계 제도는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구청에서 응급시계 사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결과, 응답자의 55%가 응급시계의 기능과 성능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전체의 81%가 ‘착용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전체의 60%는 응급시계가 ‘작고 가벼웠으면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응급시계의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80g 정도로 무거웠다. 또 통신모뎀을 설치한 집안에서만 작동했다.

이에 동구청은 지난해 말 시계 본체의 크기와 무게를 60g으로 줄였다. 사용범위도 집 안팎의 20m 내외로 넓혔고, 맥박을 재는 심전도 센서도 광센서로 교체해 정확도를 높였다.

정성과 사랑을 담은 응급시계 사업
동구청에선 업그레이드판 응급시계 200대를 만들어 3월 11일부터 보급하고 있다. 기존에 보급한 300대도 업그레이드판으로 교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응급시계를 착용하고 있다는 조동민씨(74)는 “종전 응급시계는 손목에 발진이 생기기도 하고, 무거워 불편했는데, 새로운 시계는 가볍고 작아 사용하기 편하다”면서 “심장이 안 좋아 종전에는 마음 놓고 잠을 자기가 어려웠는데, 응급시계가 돌봐준다고 생각하니 저녁에도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응급시계 시스템의 운영을 벤치마킹하러 20여곳의 지자체에서 다녀갔다고 한다. 동구청은 응급시계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퍼지길 바라고 있다.

동구청 건강도시팀 조록영 계장은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응급시계 보급을 늘리고 지킴이 활동도 계속해 응급시계의 효율성을 높여가겠다”며 “응급시계를 원거리 산책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전화 기지국을 이용한 신호방식으로 개선하는 등 많은 주민이 혜택을 누리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주시 동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응급시계 사업은 고령화 시대의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 장애인, 심장질환자 등에게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 같은 응급시계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길 바란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하길 기대해본다. [기사제공:정책기자 박주익(직장인) cheongj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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