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한동안 매매시장 위축” 전망

[조은뉴스=김대기 기자]  안전진단 시행업체인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이 채점한 은마아파트의 최종 성능점수는 50.38점. 최종 성능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 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 된 것이다.  

모두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 단지로 2003년 12월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개정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안전진단 주체가 재건축 추진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변경되면서 그해 10월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갔다.

강남구 관계자는 “향후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용적률 및 층수, 건폐율 등을 결정하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에 지어져 재건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후아파트는 신천동 장미 1·2차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대치동 청실아파트,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등을 포함해 10곳이다. 이중에서도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중층 재건축 단지를 대표하는 상징성 때문에 2002년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여러 차례 안전진단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강남 집값의 상승 우려 등으로 예비안전진단 단계에서만 세 차례나 재건축이 무산되었다. 그리고 이제 8년여 만에 최종 승인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비구역지정,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환경영향평가 남아

하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비구역지정을 받아야 하며,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환경영향평가 등도 거쳐야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정비구역 지정이다. 강남구청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은마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이 과정에서 건폐율과 용적률이 정해진다. 이 과정까지가 약 1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그 다음에는 재건축조합을 설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아파트 4,424가구와 상가 500호 중 3/4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일반 재건축’, ‘역세권 개발’, ‘재건축 반대’ 등 3가지로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민과 상가주인들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3/4 이상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또한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위해서는 서울시 건축·교통 및 환경영향평가도 거쳐야 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강남구청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착공 시기가 빨리 잡아도 2014년 상반기가 될 것 내다보고 있다. 각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이주·철거를 거쳐 착공까지만 해도 2∼3년, 아파트 완공까지는 최소 5∼6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오는 5월경 주민총회를 열고 재건축을 위한 기본 설계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조병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5월 중에 주민총회를 열고 재건축을 위한 기본 설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확정해야만 은마아파트의 진정한 재건축이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조건부 승인만으로 동요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재건축시 추가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11억∼12억 원대인 아파트값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내 상가 소유권 놓고 주민들 팽팽하게 대립 중

한편, 지난 2006년 372억 원에 경매로 넘어간 단지 내 상가 소유권을 놓고 현재 주민들이 팽팽하게 대립중이다. “상가 내 새마을회관, 대피소 등 주민 공동지분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은마재산찾기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재건축 추진위원회에 공식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공동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산찾기추진위는 “시가 2,000억 원이나 되는 주민들의 공동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는데도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소송을 통해 재산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 놓고 있는 재건축추진위를 비난했다. 하지만 재건축추진위는 이들대로 “새마을회관 소유권 문제는 건설사 회장의 개인사일 뿐”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해 향후 명확한 정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과 재건축추진위의 갈등은 사실 골이 깊다. 지난 2002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하고 2003년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이후 특별한 성과 없이 수년이 지나면서 조합원간 신뢰에도 금이 간 것이다.

시장 반응 냉랭, 은마아파트 재건축 호재 없다

재건축 방식을 놓고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추진 방식은 두 가지다. 조합원들이 기존 집의 전용면적을 10% 이내로 늘리는 ‘1대 1 재건축’ 방식과 건립 가구 수의 20%를 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는 ‘소형주택의무비율’ 적용 방식이다.  

1대1 방식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적고 주어진 용적률 안에서 조합원이 찾아가는 부분이 적은 대신 일반 분양분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건축을 해도 집 크기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게 단점이 있다.

그에 반해 소형의무비율 방식은 조합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용적률이 줄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일단 재건축추진위는 소형주택의무비율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방식으로 진행하면 전체 아파트의 20%는 60㎡(전용면적 기준) 이하, 40%는 85㎡ 이하, 40%는 85㎡ 초과로 지어야 한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77㎡(전용면적) 2,674가구, 85㎡ 1,750가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일부 거주자들은 재건축을 해도 집을 넓혀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추진위측은 이에 대해 일반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해도 전체 가구 수가 4,424가구에서 5,700여 가구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 중 20%인 1,140가구를 60㎡이하로 지어도 현 소유자들은 재건축 시 과거보다 넓은 집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이로 인한 호재는 현재까지 별다르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6주 넘게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 강남구, 강동구, 서초구, 노원구, 도봉구 순이다. 특히 송파구 아파트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잠실동 주공 5단지는 5월말 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매물 거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재건축 아파트 외에 일반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포지구 정비계획 가이드라인 발표 등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하고 이에 따라 일반 아파트까지 실망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동안 매매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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