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 환경부 장관

[조은뉴스(칼럼)=이만의 환경부 장관]

“식사하셨습니까?“, “밥 먹었니?”

1970년대까지 우리 사회에서 으레 주고받는 흔한 인사말이었다.

하루 세 끼니를 챙겨먹기가 힘들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회식이라도 하면 모두가 배불리 먹는다고 좋아하였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발전과 함께 가정살림이 풍요로워지면서 외식문화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음식’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우리의 전통적 상차림 문화 영향으로 인하여 푸짐한 식탁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가정에서는 많이 달라졌는데, 음식점에서는 낭비되는 것을 알면서도 손님들 때문에 반찬 가지수를 쉽게 줄이지 못한다고 한다.

소비자 또한 음식이 남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일단 많이 주문하고, 어느 정도 음식을 남기는 것과 그 음식을 버리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아예 이에 무관심하다.

음식물쓰레기 연간 3%씩 늘어…경제적 손실 매년 18조

21세기가 되면 좀 달라질까 했는데, 2000년부터 따져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연간 3%씩 증가하여 지난 해에는 1만 5천여 톤에 이르고 있다.

음식물을 생산, 유통, 조리하는 단계에서 소모되는 비용과 부가가치를 종합하면, 한 해에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입는 경제적 손실은 18조원에 이른다.

이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가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총량의 약 3%에 달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쉽게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에 음식낭비를 줄이고자 우리 사회는 몇 차례 캠페인성 노력을 시도한 바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문화적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은 탓인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지난 2월 3일, 정부는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결의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실시’, ‘소형·복합찬기 보급’, ‘농수산시장 종량제 시행’, ‘산지 깔끔 포장’ 등 음식물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남는 식재료 등은 푸드뱅크·푸드마켓을 통하여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돌아가게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음식물을 마련하는 일부터 먹고 남은 것을 뒷처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과 선택, 실천일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먼저 올바른 쪽으로 변해야 가정과 음식점이 따라서 변하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2010년을 기하여 ‘Me First’ 운동을 호소한 것도 녹색생활, 녹색국가의 성패는 바로 그런 자율실천에 달려 있음을 꿰뚫어 본 지도력의 발로라고 본다.

녹색성장의 성공은 녹색생활문화 정착에 달려 있어

설날이다. 명절 전에는 시장과 상가가 붐비지만 명절 직후 대목을 맞는 곳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일 것이다.

전국 어디서나 많은 양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친인척과 친지들을 위해 마음껏 음식을 대접하고 싶기는 하겠지만, 합리와 실질을 넘어 지나친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분하고 슬기로워질 필요가 있다.

우선 가정에서부터 냉장고에 남는 음식이 쌓이지 않도록 하고, 계획을 세워 꼼꼼한 장보기로 알찬 명절 상차림을 준비하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같은 작은 노력에 성공없이 가정 살림은 물론 나라 경제를 선진화시키기 어렵다.

세계가 한국의 음식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 김치, 막걸리, 된장·고추장·간장, 식혜 등 발효식품과 나물, 비빔밥 등 자연친화적, 건강지향적 식문화에 큰 매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가 우리의 브랜드와 국격 향상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낭비요소를 해소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녹색성장의 성공은 녹색기술, 녹색산업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골간으로 하지만, 진정한 결실은 국민적으로 녹색생활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서 거둘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음식문화를 선진화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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