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상식도 없는 '그들만의 잔치'…신뢰할 수 있는 정치 필요

11월 말에 있었던 국회 예결산특위에선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 국가예산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포항·영일군‘ 지역의 폭주에 ’영포정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뉴스 신문고는 이렇게 전했다.

‘(포항에 퍼부어지는)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규제완화로 급속한 개발이 예상되는 수도권을 주눅 들게 할 정도이니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CBS에 따르면 정부가 신규사업으로 추진을 계획 중인 전국 주요도로 건설사업 건설비중 약 40%가 포항지역과 연관된 사업이라고 한다. 특히 인구가 50만에 불과한 포항에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면서 2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노방궁’이라면서 맹폭을 가했던 한나라당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가 11월 26일 저녁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박승호 포항시장 등 9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왔다는 발언들을 보면 황당할 뿐이다.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박승호 포항시장-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 -강석호 한나라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의장의 후광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 예산을 다루면서 아무리 대통령이 어렵고 정권이 어려워도 성공을 위한 헌신을 바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이병석 의원(포항) -

[뷰스앤뉴스 2008.11.27]

이게 뭔가?

경제위기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대통령 고향만 잔치판을 벌이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꼴이라고 할 수 있나? 이 모임에서 최시중 위원장은 ‘이대로’, ‘나가자’라는 건배사를 제의했다고 한다.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면 포항의 한 구석방도 아니고, 서울에 모여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과거에 귀족들이 그랬다. 자신들의 특권이 너무나 당연하므로 그것을 누리는 것을 감추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귀족들은 언제나 보다 사치스럽게 위세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국민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민주공화국의 정치인이라면, 비록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언제나 국민의 고통을 함께 하는 낯빛을 하게 된다.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다. ‘영포정권’ 인사들에게는 이 기본중의 기본조차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김대중 정부 초기 외환위기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목포 지역 인사들이 서울에서 모여 ‘목포전라 지역은 노났다’라고 희희낙락했다면 한나라당은 뭐라고 했을까? 안 봐도 DVD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난을 정권에 퍼부었을 것이다.

국민이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당할까봐 정부비판도 마음대로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저렇게 잔치판을 벌이고 있으니, 이젠 비난도 섣불리 못할 판이다. 국민에겐 화병만 생긴다.

- 정상적인 정치를 해달라 -

부자감세로 국민을 위한 재정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종부세 공격으로 지방예산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도 지방을 향한 공격이다. 경제위기는 온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취약한 지방이 더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대통령 고향만 쏙 빼내 살려주는 건 너무하다.

와중에 포항은 대통령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취소했다. 고향에선 대통령 찬양 사업을 하고, 중앙에선 예산을 내려보내고, 국민은 이 나라에서 들러리인가? 비록 취소했지만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가 경제위기 민생파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었다.

그 어떤 국가, 그 어느 집단도 유사시 특권층의 이익만 챙겼다가는 패망을 면치 못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소수만 잔치를 벌이는 것은 ‘정치적 자해’다. 치명적인 자충수를 두고 있다. 이런 식이면 위기를 탈출할 강력한 리더십이 형성될 수 없다.

세계경제위기라는 엄청난 해일이 닥쳐오고 있다. 내년에 어느 정도까지 고통을 겪을 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럴 땐 국민이 똘똘 뭉쳐 서로를 신뢰하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력한 지도력이 필수다.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도력은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만의 잔치’라니. 제정신인가? 제발 ‘영포정권’이여, 집 나간 ‘상식’을 되찾으라. 당신들이 망하면 당신들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모두 망하게 생겼다. 제발 부탁한다. ‘상식’을 가져달라./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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