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국제고 등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면 개편

[조은뉴스=최일숙 기자]  2011학년도부터 외국어고, 국제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등학교의 입시 방식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면 개편된다.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평가하는 이 제도는 사교육비 경감과 자율적인 학습 풍토 조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울산외고와 경기외고의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면접을 실시하는 등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시범 도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해 이들 두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특목고 입시의 당락을 좌우해온 화려한 수상 경력은 합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중학교 내신 성적과 학교활동 참여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이처럼 고교 입시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됨에 따라 공교육과 자발적인 학습만으로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에 맞춰 공부한 후 스스로 평가한 자기주도학습 결과와 학습 잠재력을 기준으로 입학전형위원회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 과도한 사교육 유발 요인을 없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고, 학생 선발 방식을 학생의 잠재력 계발과 학습역량 배양에 적합한 전형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시대회·어학성적 등 사교육비 유발 요소 철저 배제

2011학년도부터 학생 선발권을 가진 학교 입시에 이 제도가 적용된다. 이를테면 외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 자율형 사립고, 면접 등으로 선발하는 자율학교 등이 자기주도학습전형 적용 대상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는 사교육비 유발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 면접은 할 수 없다. 면접은 오로지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고 있다. 선행학습과 사교육 열풍을 주도해온 경시대회 경력과 인증시험 점수도 평가 기준에서 뺀다. 전형 과정에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교육청이 위촉하는 입학사정관이 직접 참여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원칙적으로 모든 지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다만 입학정원의 20퍼센트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한다. 공립고는 2011학년도 입시부터 이를 적용하고, 사립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선발 비율을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고와 국제고에 도입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절차와 방법을 살펴보면, 1단계에서는 ‘영어 내신 성적(1백60점 만점)’과 ‘출결’로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영어 성적과 면접(40점 만점) 결과를 합한 점수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단, 외고나 국제고가 아닌 고등학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경우 영어 이외의 다른 과목 성적 반영 등 구체적 방안은 교육청에서 해당 학교와 협의 후 이달에 확정할 계획이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입학전형위원회는 학교의 입학사정관, 시도교육청 위촉 입학사정관, 전공 관련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다. 지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입학전형위원회에서는 학습계획서,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제도 정착되면 왜곡된 입시 환경 바로잡힐 것”

학습계획서에는 지원 동기, 자기주도학습 경험 및 진로 계획, 독서 경험 등을 작성하면 된다. 이때 각종 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입상 실적 등은 평가 대상이 아니므로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 고등학교에 제출하는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서도 경시대회 수상 경력과 인증시험 점수 기재 항목이 없어지고 대신 독서 항목이 신설된다. 교사 추천서는 학생의 전공 의지와 진로계획, 교내 봉사활동, 체험활동, 독서활동 등을 평가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해외 봉사활동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기주도학습 방법과 진로계획, 국내 봉사활동, 독서 경험이 합격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교 입시제도의 또 다른 축은 입학사정관제.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고등학교는 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 자립형 사립고인 민사고와 하나고, 자율형 고교인 충남 한일고 등이다. 이 가운데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입학사정관제의 비율을 지난해 30퍼센트에서 올해 70퍼센트로 확대한다. 지난해 처음 정원의 50퍼센트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민사고도 올해 입시에서는 그 범위를 80퍼센트로 넓히기로 했다.

과학고도 내년 입시부터 정원의 50퍼센트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자체 창의성 전형으로 선발한다. 국가 지원으로 운영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입학사정관제의 비중을 해마다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재교육 전문업체 ‘하늘교육’의 임성호 기획이사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등 달라진 고교입시제에 힘입어 올해 말에는 자율형 사립고에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고에 비해 수준이 높고 대입에 유리하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중상위권 학생들이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교육과학기슬부 학교제도기획과 이지선 사무관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대안으로 떠오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학교 교육에 충실하면서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키운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이 제도가 정착하면 외고 등 특목고 진학에 대비해 초등학교 때부터 토플, 토익, 텝스 등 각종 인증시험을 준비하는 왜곡된 입시 환경이 자기주도학습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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