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조은뉴스(칼럼)=안희환 논설위원]  논설위무엇을 위한 공간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조형물이 설치된다. 조형물은 그 자체로 미관에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상징성을 지난 채 특정 공간에 의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야 할 공간에 너무 심각한 주제의 조형물은 어울리지 않는다. 거꾸로 진지해야 하는 곳에 웃기는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는 것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

임진각은 장난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재미 삼아 어울려 노는 것에 집중하는 곳도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놀이 기구들이 설치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비장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 임진각인 것이다. 북한을 내다보면서 통일되지 못한 조국을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 임진각 아니던가?

계속 해서 저 북쪽을 향해 달리지 못한 채 일년 365일 서 있기만 한 기차의 모습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말을 오래 전에 들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 달리고 싶은데 멈춰 있으려니 숨 막혀하는 기차의 모습인 것도 같다. 우리의 자녀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보아야할 기차는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봄의 요람/ 이영균


가지런한 자로 언 설원의 품에서 기다린 격동을 삭힌 긴 시간

낯선 계절에 숨 몰아쉬는 까닭은

거꾸러진 영혼들로 검불 되어버린 황무지에

다시금 생명의 곧은 싹을 틔우기 위함이오.


세상 어디에도 저항 못하게 천지를 뒤덮던 위선의 흰 눈발

봄볕에 녹아 얼룩지고 온갖 숨겨진 것들의 참 자유가 드러나는 것은

가지마다 물이 오르게 하여 잎이 없이도 꽃을 피우는

이 계절 기다린 저들의 새싹 움 틔움을 축복하기 위함이리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