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식객>이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연이어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면서 흥행 보증수표로 각광받고 있는 허영만 화백. 지난 20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된 ‘아트샤워 2’의 네 번째 시간에는 원작 영입 1순위로 꼽히는 허 화백을 만나 보았다.

‘취재와 상상력의 결합, 매체를 초월하는 설득력의 바탕은 팩트’라는 주제로 대담을 펼친 허 화백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답게 만화 인생 43년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현재 동아일보와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관상만화 <꼴>을 연재중인 허 화백은 음악, 마라톤, 골프, 오토바이, 권투 등은 물론 도박, 세일즈, 요리에 이르기 까지 각양각색의 소재로 독자들을 만족시켜 왔는데, 그렇다면 과연 본인이 이 모두를 직접 해 본 것일까?

이 질문에 허 화백은 단연 ‘아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없이 거의 직접 집필하는 것으로도 알려진 허 화백은 만화 소재의 대부분을 직접 취재하고 조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손을 대 본 건 태권도장 1주일, 오토바이는 (직접 해보고 싶어서)조금 배웠을 뿐이라고 해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그는 그림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항상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해놓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43년 동안 끊임없이 그리면서 제일 길게 쉬어본 것이 두달이라는 허 화백은 언제 어디서나 그림이 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고.

그는 “작품의 소재는 총알이다. 총알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그중에 좋은 총알이 있는 법이다”라며 “사냥꾼이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창작자라면 그 정도의 열정을 투여해서 소재를 사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 전개 방향에 대해 한나절, 하루, 이틀까지 치열하게 고심한다고 한다. 수저와 젓가락 중 어느 것을 먼저 들 때 집게 되는 반찬이 틀려지듯이, 스토리 방향이 바뀌면 펼쳐질 세심한 줄기를 놓치지 말고 고민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젊은 세대의 인터넷 만화 연재에 대해서는 “마무리나 컬러 등을 컴퓨터가 어느 정도 커버해주니까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만화가 많이 생성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언젠가는 인터넷을 통해 컬라가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여 청중을 놀라게 했다.

끝으로 그는 참치잡이배를 예를 들며 후배 만화가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소재에서 빙빙 돌기보다는 좀 더 치열하게 소재를 찾아 나서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언젠가 후배들이 도전하고 싶은 권위있는 만화상을 만들어 후배들의 창작 의지를 고취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한국만화와 후배 만화가들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아트샤워’(Art Shower)는 ‘생생한 문화의 현장에 푹 빠진다’란 의미로, 국내 문화 예술계 거장들을 모시고 매주 한번씩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다.

허영만 화백을 비롯해 2008년 최고 흥행작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캐스팅하고 싶은 여배우 문소리,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 등이 출연했으며, 26일(수)에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이용관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가, 12월 3일(수)에는 영화로도 제작된 <순정만화>, <바보>로 이시대 인터넷 연재만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만화가 강풀이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아트샤워 2’는 동영상으로 제작, 사이버문화콘텐츠아카데미(cyber.kocca.or.kr)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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