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힘든데 성폭행까지?’… 중고교 운동선수, 성폭행 무방비 노출

“운동할 때 감독 선생님은 수비를 이렇게 하라면서 옆구리나 가슴을 만져요. 실수인 줄 알았는데 계속 그래서 기분이 나빠요. 감독 선생님은 또 합숙소에서 침대에 누워 흰머리 뽑게 하고, 다리ㆍ어깨를 주무르게 해요. 하루는 소풍가게 해주겠다며 뽀뽀하라고 해 10명 정도가 했어요. (여중 2학년 핸드볼 선수)”

최근 중고교 운동선수 상당수가 지도자나 선배 등에게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등 인권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6개월간 전국 중·고교 남녀 학생선수 1,139명을 상대로 실시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11월 19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63.8%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58.3%를 차지했다. 이어 강제추행(25.4%), 성폭행(1%), 강제적 성관계 요구(1.5%) 등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는 주로 합숙소나 기숙사에서 많이 당했고, 코치 감독과 선후배 사이에서 자주 발생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이유로는 응답자 중 33.2%가 ‘선수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한 ‘수치스럽고 당황해서(31.9%)’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29.7%)’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29.5%)’ ‘그런 이유로 운동부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16.3%)’ 등 다양한 응답들이 이어졌다.

성폭력 이외에도 학생 선수들의 수업실태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정규수업 참여시간은 시합이 있을 때 평균 2시간, 시합이 없을 때 4.4시간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82.1%의 학생들은 수업결손에 대한 보충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현재 운동선수들도 오전 수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지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교과서 없는 학생도 많고 담임교사가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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