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경상)=신영수 기자]  "같이 살자고 해 모든 걸 다 줬는데, 갑자기 결혼 전날 연락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여자 황당하지 않겠습니까?

아마존에는 15년간 흘린 제 피와 땀과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애초 같이 하자고 해서 모든 정보를 준 겁니다." ('아마존 미디어' 정승희 대표)


"정승희 대표가 국내에서 아마존에 가장 정통한 감독이라는 건 압니다.

때문에 정 대표는 자신만 아마존을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그것이 오해의 시발점입니다.
초기에 만나 정보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눈물에는 그 정보는 없습니다." (MBC 정성후 CP)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아마존은 다른 아마존일까. '

미디어 아마존' 정승희 대표와 'MBC 스페셜' 정성후 CP의 이야기가 180도 엇갈리고 있다. 한 쪽은 자신의 15년 취재정보를 모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아마존의 정보는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지난 19일 저녁 5시 정승희 대표를 목동에서 만났다.

이어 다음날인 20일 MBC 정성후 CP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한치의 양보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둘의 주장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정승희 대표와 MBC 중 누가 진실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쟁점 1. 2008년 9월과 2009년 3월. 정승희 감독이 MBC 측과 접촉한 시기에 대해서는 양측의 설명이 동일했다. 그러나 만남의 목적에 대해서는 양측 입장이 다르다. 정승희 감독은 MBC가 합류를 제안해 만남을 가졌다고 했고, 정성후 CP는 준비 기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승희 감독 ☞ 2008년 9월에 연락이 왔다. 내가 필요하니 함께 하자고 했다.
맨 처음에는 기본적인 것부터 물어보더라. 15년 동안 아마존을 다니며 만든 지도를 펴놓고 아마존에 대해 설명했다. 계속된 만남을 통해 내가 피 땀 흘려 체험한 정보를 모두 줬다. 부족의 위치와 성격, 건기와 우기의 뱃길과 경비행기 길 등 세세한 현지 상황을 알려줬다.

난 KBS 공채 11기 출신이다. 95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도 KBS와만 일했다. KBS와의 인연이 25년이다. 그런 내가 왜 MBC에 정보를 주겠나. 같이 하자고 하니깐 준 것이다.

당시 내 바람은 딱 하나였다. 15년 동안 외주 제작을 하면서 돈 때문에 수많은 벽에 부딪혔다. 돈이 부족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항공촬영으로 아마존의 거대한 자연 경관을 찍고 싶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점차 망가지고 훼손되고, 그렇게 사라지는 밀림을 큰 그림으로 담고 싶었다. 그동안 후나이 측이 요구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에 가로 막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부족들을 이번 기회에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MBC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동안의 모든 취재 노하우를 알려줬다.

정성후 CP ☞ 2008년 기획 초기에 정승희 감독을 여러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다. 정 감독이 15년 동안 아마존 전문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그 노력과 시간을 알기에 당시 담당 PD가 만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초기 기획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단됐고, 제작진도 교체됐다. 이후 김현철 PD가 새로 합류하면서 정 감독을 단 한 번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정 감독에 따르면 그 때 김 PD를 만나면서 그동안의 정보를 총정리해 줬다는데 아마존이 3시간 만에 정리가 되는 곳인가. 정 감독의 주장은 자기 확신이고 본인의 믿음이다.

정 감독은 우리가 아마존에 대해 물어만 보고 독자적으로 촬영하고 방송한 것에 대한 분노한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정 감독에게 기대감을 심어준 것과 깔끔하게 마무리를 못한 것은 우리 잘못이다. 그래서 19일 밤 김현철 PD와 함께 정 감독을 만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를 했다.


쟁점 2. 양측이 가장 좁히지 못하는 의견차는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됐다. 정승희 감독은 15년간의 아마존 취재로 얻은 현장 정보를 MBC에 제공했다는 입장. 하지만 정성후 CP는 정 감독의 착각이라고 반박했다.

정승희 감독 ☞ 내가 갖고 있는 아마존의 세세한 정보를 설명했다. 함께 제작할 한 팀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동선은 물론 부족 축제 시기까지 말을 했다.

하다 못해 차비와 시간에 대해서도 설명했고, 내가 겪었던 죽을 고비 등 아낌없이 전했다.

이것들은 15년 동안 아마존에서 눈물을 흘리며 터득한 살아있는 정보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BBC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나오는 정보들과도 다르다. 내가 전해준 건 살아 있는 정보고, 현지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다.

만약에 내가 MBC 측과 일반적인 대화만 나눴다고 한다면 왜 여러차례 만났겠는가. 또 왜 내게 사전 탐사를 같이 가자고 제안하며 예산 경비를 뽑아보자고 했겠는가. 그만큼 그들은 내가 주는 정보가 중요하고 필요했다.

정성후 CP ☞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은 기존의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 MBC 내부 방침상 초기 기획이 중단되고 다른 팀으로 옮겨질 때 정보가 함께 넘어가지 않는다. 각자 PD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 팀에서 새로 시작하고, 조사한다.

정 감독을 만난 PD와 김현철 PD는 서로 공유가 없었다. 정작 방송에도 정 감독이 말했던 정보가 반영된 부분은 없다. 물론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분홍 돌고래와 원시 부족 등은 정 감독이 우리에게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 감독만의 노하우가 아니다.

우리가 아마존에 대한 정보를 정승희 감독에게만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아마존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다수 인력이 투입된다. 국내 및 현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터넷, 서적, 비디오, 해외 방송 등 많은 자료를 조사한다.

쟁점 3. 정승희 감독에 따르면 MBC와 함께 아마존 취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12월 1차 기획이 중단됐고, 제작진 교체와 함께 감독의 합류도 취소됐다. 정성후 CP는 취재 방식차이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고, 정승희 감독은 MBC의 일방적인 처사라는 생각이다.

정승희 감독 ☞ 2009년 3월 김현철 PD와 만났다. 그날 "연락 드리겠다"는 말을 남긴 PD의 뒷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이다. 촬영을 하고 있을 때도 연락이 없었고, 방송이 나간 후도 연락이 없었다. 최소한 방송이 나갔으면 고맙다는 전화 한 통화를 하거나 정보가 유용했다는 말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내가 비공식적인 경로를 제안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아마존을 둘러 싼 나라가 여러 곳이다. 당시 내가 제안한 것은 후나이에 취재 신청을 해도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에 후나이의 관리를 받지 않는 다른 지역과 부족을 취재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10년 이상 알고 지낸 싱구부족의 추장이 초대를 하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째서 비공식적인 경로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정성후 CP ☞ 초기 프로그램 제작진은 정승희 감독과 공동기획으로 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획이 중단됐고 제작진이 교체됐다. 그 과정에서 정 감독과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마침 김현철 PD가 허리디스크로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해 정 감독에게 연락할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정 감독과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정 감독은 시간과 제작비 등을 이유로 비공식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눈물'은 창사 특집으로 다른 다큐멘터리에 비해 넉넉한 지원을 받아 장기적이고 대규모적인 접근이 가능했다. 또 공영방송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공식적인 접근 방식을 택해야 했다.

쟁점 4. 양측이 생각하는 아마존은 서로 다른 곳일까. 촬영하면서 느낀 아마존에 대한 생각차도 컸다. 국내의 세세한 사전 정보없이는 취재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정승희 감독과 현지 프로덕션의 도움으로 촬영 가능하다는 정성후 CP가 팽팽하게 맞섰다.

정승희 감독 ☞ 아마존은 취재하기 힘든 곳이다. 갑자기 비가 와서 비행기를 못탈 때도 있고 길이 유실되기도 한다. 이동시간이 길고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또 밤에 강도가 찾아와 돈이나 카메라를 뺏기도 한다. 정말 위험한 곳이다.

국내에 아마존 관련 책이 있지만 그 수가 몇 안된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방송사에서 다큐를 많이 찍지만 그들의 다큐는 자연 중심이다.

인물, 사람에 집중하는 우리나라 다큐와 스타일이 다르다. 아마존 경험이 전무한 제작진이 현지 프로덕션과 인터넷에서 얻은 자료만 바탕으로 아마존에 갈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니 설사 그렇다 해도 내 정보는 필요없었고, 또 그 정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해서는 안된다. 자료 정보와 경험 정보는 또 다르지 않은가.

정성후 CP ☞ 아마존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다. 해외 방송국에서도 이미 촬영을 해간 곳이기 때문에 정보가 많은 편이다. 또한 아마존에는 현지 프로덕션도 있어 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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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희 감독이 그동안 아마존에 들인 시간과 공은 알고 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을 아마존에 투자했다 하더라도 정보가 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질과 양은 비례하지 않는다.

단호하게 말하지만 정승희 감독의 정보는 '아마존의 눈물'에 없다. 지금 '와우라' 부족이 겹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 역시 다른 경로로 찍은 것이다.

2009년 9월 브라질 현지 프로덕션을 통해 메일이 왔고 와우라 부족을 추천 받았다. 물론 정 감독도 예전에 와우라 부족을 찍었지만 우리와 경로가 다르고, 방법에서 차이가 났다.

쟁점 5. 아마존 지적 재산권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양측은 초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협의 가능성은 불투명 상태다. 정승희 감독은 존재감 상실을, 정성후 CP는 약자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정승희 감독 ☞ 내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15년간 아마존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리고 느닷없이 나타난 MBC에게 그 정보를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MBC는 그냥 나란 존재에 대해 모른척 하고 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다.

MBC 측은 아무 정보도 없는 아마존을 혼자 힘으로 찾아가 '아마존의 눈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온 것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MBC 측에서 원하는 걸 묻길래 '존재감'과 '상실감'을 이야기했다. 그것이 그렇게 추상적인가. 난 그저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다.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은 내게 고맙다는 말도 없이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는다.

혹자는 소송을 계획하냐고 묻는데 난 그런거에 관심없다. 난 자연을 찍는 다큐 PD다. 법적대응 운운 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소송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내 정보를 가치없이 여기는게 억울할 뿐이다.

정성후 CP ☞ 정승희 감독은 계속 존재감 이야기를 한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충분히 목적을 이룬 것 같다. 이미 그가 15년 아마존 전문 다큐 감독이라는 존재감에 대해 모두 알게 됐으니 말이다.

정승희 감독의 서운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착각을 하게 만든 우리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MBC를 정보나 훔쳐가는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아 세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정 감독은 거대 자본에 의해 소수자가 핍박받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건 약자를 가장한 폭력과 다름없다. 앞으로 제작진과 내부 상의를 할 생각이다. 20일 오전 정 감독이 이메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을 봤는데 이건 제작진에 싸움을 걸어 온 것이 아니냐.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겠다.

첨예하게 대립된 양쪽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 오해는 사소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말하는 '정보'는 아마존 취재에 도움이 되는 체험적 현실 정보를 말하는 것이었다. 반면 정 CP가 말하는 '정보'는 '아마존의 눈물'에 들어가는 소재에 대한 정보성 정보였다. 그래서 정 대표로 부터 받은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 논란의 핵심이 아닐까. '정보'에 대한 서로의 해석차가 갈등이 되고 논란이 된 것이다. 분명한 건 MBC가 정 대표를 찾아와 협조를 구했고, 이에 정 대표가 15년 노하우를 전한 건 사실이다. 또한 MBC가 자체 인력으로 '아마존의 눈물'을 만들면서 화면 속에 자체적으로 취재한 정보를 담은 것도 사실이다. <사진제공='아마존미디어' 정승희 대표, MBC 화면 캡쳐> ⓒ 경상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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