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풍요를 위해 지어진 따끈한 글씨

[조은뉴스=윤관로 기자] 현대사회에 있어서 ‘문자’란 프린터, 잉크, 인쇄용지 세 가지로 구성된 영역에 깊숙이 박혀있다. 물론 편의성과 속도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손글씨가 이야기 해주는 것의 조금이라도 기계가 찍어내는 문자들은 표현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자란 본디 ‘쓰는’ 것이었지 ‘찍어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자를 표현함에 있어 ‘쓰는’ 영역의 대부분은 서예가들이 맡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손으로 글씨를 쓰기 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림에 더 익숙해져 있고 쓰는 행위를 잘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풍조 속에서 '문자조형감정디자인연구소'의 중하 김두경 선생은 붓 하나로 문자를 그림처럼 써서 보기도, 읽을 수도 있는 글씨로 특유의 매력적인 감흥을 바람에 실어 멀리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붓글씨를 쓰면 더욱 멋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향기로운 문자를 써내려가는 붓
문자디자인전문김두경 선생은 6살부터 부친에게 서예를 배우고 심지어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서예를 즐길 만큼 서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서예가라 하면 붓으로 글씨를 잘 쓰려고 하는데 비해 그는 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다른 분야에 적용 시킬지 고민하는 연구자였던 것이다.

즉, 서예가 가진 틀을 벗어나 여러 곳에서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 싶었고,  이에 착안해 생각한 것이 바로 문자디자인 인 것이다. 거리로 나아가 각종 간판을 둘러보면 컴퓨터로 찍어낸 말끔한 문자들이 가득한데 그 글씨에는 없는 감성을 서예를 통한 문자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 꼽았다. 서예란 고도의 정신집중이 없으면 하기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마음이 고요하며 바르지 않다면 붓이 바를 수 없다’고 한다. 붓으로 글을 쓰기 전에 앞서서 마음의 수양과 정신 집중이 없다면 그 표현이 아름다울 수 없고 또 그 이치를 깨닫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림처럼 쓰는 멋있는 글씨
서예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수행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서예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명필의 글씨를 보더라도 큰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축구는 대중들도 동네축구와 프로축구를 구분이 가능하지만 서예는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힘듭니다.” 라는 것을 예로 들며 그것이 서예와 대중들 사이에 있는 괴리감이며 관심을 단절시키는 요인이라 꼽았다. 이를 위해 서예를 통한 문자디자인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대적인 방안도 연구, 접목하여 꼭 고즈넉한 분위기의 공간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같은 현대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곳에서도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하여도 어색함이 없는 글씨를 디자인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고 그것이 문자가 간직하고 있는 향이라 믿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자의 향
서예는 삶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종은 방법이라 김두경 선생은 말한다. “서예를 알게 되면 자연스레 시를 알게 되고 음악을 즐길 줄 알게 되어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워 지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모르고 있다”며 서예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주는 한지를 도시의 아이콘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한지 사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인 서예에 대한 조명은 턱 없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했다. 지금 한지 산업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서예는 더딘 걸음을 걷고 있는데 한지와 함께 서예를 조명하면 서예 또한 더욱 발전할 것이고 한지도 문화적인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서예가 가진 가치는 무궁무진 하며 중국을 필두로 동양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동양문화의 진수인 서예 또한 손글씨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훌륭한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훌륭한 콘텐츠에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독특한 한류로, 각종 산업과 도시 디자인으로 거듭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서예와 한글로 디자인된 테마도시를 만든다면 세계 유일의 관광지로 거듭나 중국보다 먼저 한국 서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을 띄웠듯이 서예에도 스타를 발굴하여 국민적 관심사로 부양시키고 투자를 통한 육성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동은 천 년이 지나도 가락이 있고 매화는 천 년이 추워도 향을 잃지 않는다 했다. 분명 지금은 세예 디자인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뙤약볕 아래서 축구를 하면 즐겁다 생각하고 풀 뽑기를 하면 힘든 은 모두 마음에 있는 것이니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우선” 이라며 마음을 다스리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김두경 선생은 한국의 서예문화와 한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이 하나의 붓이 되어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향기로운 문자를 한 획 한 획 써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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