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배 PD "토론방식 등 하루 전날 통보"

故 최진실 자살로 야기된 조성민 친권논란과 관련, ‘친권! 천륜인가 아닌가’란 주제로 20일 방송된 mbc 백분토론 패널로 참여한 소설가 이하천씨 막말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하천 씨는 최영갑 성균관 기획실장, 오한숙희 여성학자, 김병준 변호사, 김상용 중앙대 법대 교수, 김대오 노컷뉴스 팀장 등과 함께 패널로 출연해 이날 열띤 공방을 펼쳤다.

이 씨는 유산관리 문제를 토론하던 중 “(최진실의) 할머니는 따뜻한 양육은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정신적 성장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 이어서 “(최진영) 삼촌의 경우도 돈 관리는 문제없지만 정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관리의 하자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듣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한 사람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최진실이 그만큼 하소연을 했는데 그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듣지를 않았다”고 신중치 못한 발언을 연이어 늘어놨다.

듣기에 따라 고인의 가족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 이어지자 함께 토론하던 패널들이 말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백분토론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란에는 이 날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간 이 씨에 대한 비난과 함께 특히 패널 선정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등 제작진의 성의부족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신선교(telpia)라는 시청자는 “MBC측이 토론의 주최일텐데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자질 미달의 패널 출연을 보니 패널 심사 기준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한정순(hanaro12)은 “기본 상식을 벗어나고 토론주제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이 참여한 패널 한 사람으로 인해 100분 토론의 의미가 퇴색해졌다고 생각 한다”면서 “이하천씨를 선정한 패널선정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출연한 패널만의 문제가 아닌 패널 선정에 신중하지 못한 mbc에도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이하천씨는 21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준비를 덜 했다는 평가는 제작진의 미숙한 진행 때문이다. 이틀 전에 연락받은 것도 문제였지만 인문학자인 내가 법적권리에 대해 운운하는 곳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제작진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연출자 이영배 PD는 본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하천씨를 패널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패널선정은 주로 주요언론에 등장한 인물 중심으로 섭외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분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보고 연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분이 언론을 통해 조성민씨 친권회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첫 번째 인사로 알고 있다”면서 그것이 패널 선정의 동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토론에 대한 기본자세나 토론할 내용 등에 대해 사전 숙지가 안된 것 같다는 기자의 지적에 이 PD는 “토론 진행 방식은 수요일에 미리 보냈다”면서 “이하천씨가 경험이 없어 긴장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생방송 토론이다 보니 진행과정에서 그런 물의가 발생하게된 것 같다”며 이 PD는 이번 파문에 대한 소감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하천씨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 <뒤틀린 모성과 우리사회의 인격감각>이 보도된 것은 17일 월요일이었고, 이를 본 백분토론 제작진이 이 씨를 패널로 섭외한 뒤 이 씨에게 토론방식 등을 사전에 일러준 것은 방송 하루 전날인 수요일이었다. 이 씨가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기에는 대단히 촉박한 시간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조성민씨의 친권부활 논란 토론을 준비하면서 이 씨의 기고 글만 보고 성급히 섭외하는 등 제작진의 준비부족이라는 혐의는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설가 이하천 씨는 지난 2000년 페미니스트 저널 ´if´를 통해 ´나는 제사가 싫다´는 제목의 문화비평서를 펴냈고, 이후 2004년에 발표한 소설 ‘내가 증오한 사랑’에서도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등 평소 페미니즘 시각의 글들을 발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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