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고성장’ 전망…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목표

[조은뉴스=김대기 기자] 정부는 2010년을 ‘성공적인 위기극복’과 ‘성장기반 확충’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지난해 12월1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민관토론회를 개최, ‘201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5%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4.3%와 LG경제연구원 4.6%, 현대경제연구원 3.9% 등 민간연구소의 예상보다는 긍정적이다. 

두바이 쇼크 등 잇단 악재 속 5% ‘고성장’ 가능할까

정부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각각 4.2%, 1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고용과 임금 등 소득여건도 개선되어 민간소비가 4.2%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SOC 투자규모가 유지되는 가운데 민간부문 건설 투자가 회복되면서 3%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상수지 흑자흐름은 지속되나 지난해보다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연간 150억 불 수준의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수출은 세계경제 회복으로 연간 13% 수준 증가하고 수입은 내수 회복 및 유가상승 등으로 연간 21% 수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경기회복 공고화’,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G-20의 성공적 개최와 국격 제고’,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약’, ‘미래과제 준비’ 등 6개 분야에 걸친 주요과제들을 추진, 이를 위해 올 4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지출규모 301조 8,000억 원에 비해 10조 원(3.3%) 축소한 291조 8,000억 원의 재정을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과 2009년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일 뿐 결코 올해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두바이 쇼크나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 같은 최근의 잇단 악재도 정부를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이에 재정부는 “추가적으로 처리해야 될 부실자산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새로운 부실도 증가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5%대 전망에 대해 당분간 ‘확장’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기로 하되 경기·고용 상황 등의 상태에 따라 거시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정책의 화두는 ‘고용’, 20만 개 일자리 창출

뭐니 뭐니 해도 올해 경제정책 방향의 키워드는 단연 ‘고용’이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문제는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의 향상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명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1.4%, 실질소득은 3.3% 감소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의 개선 폭이 크게 확대되지 못한다면 ‘고용 없는 회복’에 대한 우려가 대두된다”며 이는 곧 소득감소로 인한 소비위축과 내수 위주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 불안정과 소득 악화 문제는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비정규직은 지난 2001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08년 8월말 544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3.8%에 달한다. 소득 악화 문제역시 하위 20%의 실질소득이 1995년 월 119만 원에서 2005년에도 119만 원으로 그대로인 반면, 중위 60%의 실질소득은 1995년 월 246만 원에서 2005년 월 290만 원으로 매년 평균 1.6%씩 증가해 왔다.

지난해 12월16일 윤증현 재정부장관은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한국경제는 신속하고 과감한 위기대응 정책으로 선진국에 비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투자와 고용이 부진해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이 더디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서민생활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20만 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하루 3~4시간 일하고도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받는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탄력 근로시간제를 확대 할 계획이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복수노조 및 전임자 급여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이 올 상반기까지 마무리됨에 따라 임금협약 유효기간 합리화 등 교섭 비용 축소를 추진하고 공공부문 파업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필수 공익사업 대체근로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검토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월 1회 이상 개최, 일자리 관련 재정지원제도와 서비스산업 선진화,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 산·학 협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법안 처리에 주력하고 하위 법령 제정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의 고용회복이 미흡한 상황이므로 재정의 일자리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희망근로 10만 명, 청년인턴(중소기업 20.5만 명, 공공부문 1.2만 명) 등 일자리사업을 상반기 조기 집행한다.

특히 정부는 전문자격사시장 선진화 방안이 본격화되면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비스 표준화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서비스 부문의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법률·회계·의약 등 전문자격사시장 활성화도 변호사·법무사·약사 등 일부 전문직종에 한정돼 있어 고용 창출에 얼마나 효과를 가져 올 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거시정책을 ‘긴축’ 모드로 전환할 경우 소비와 투자가 다시 움츠러들면서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을 계속해 상반기에 연간 재정지출의 60%를 투입, 2013~2014년에 재정균형이 달성될 수 있도록 적자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윤증현 장관은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견지해 경기 회복세를 공고히 다져 나갈 것”이라며 “하지만 한시대책은 도덕적 해이 등을 고려해 정상화하고 시장충격이 우려되는 일부 조치는 단계적으로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한 가운데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를 열고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은 7만 2,863명이었던 지난해보다 8.7% 증가한 7만 9,199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늘 대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고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물가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통해 서민생활 안정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대책으로 물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통해 서민의 실질소득 수준을 제고하는 한편,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선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회복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 심리를 차단하고 잠재적인 물가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라면, 과자, 세제 등 주요 생필품 판매가격 정보를 정기적으로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석유수입업 등록요건 완화와 통신요금 국제비교지표 개발, 대학등록금 산정근거 공시제 등을 도입해 경쟁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는 전·월세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가칭 ‘전·월세 거래정보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추가지정하고 수도권 GB내 추가지구를 지정하는 등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미혼모·노인·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아래 일단 청소년 미혼모가 일정연령에 이를 때까지 자녀양육비, 의료비, 자립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애초 내년 1월로 잡았던 가스요금 연료비 연동제시행시기를 동절기 이후로 조정하여 시행하고 수요자 중심의 장기공공임대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63만 명이었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를 375만 명으로 확대하고 노인일자리를 16만 개에서 17만 6,000개로 확충해 노후생활안정을 지원하는 한편, 치매노인에 대한 의료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발적인 빈곤탈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 아래 기초수급자의 자립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희망키움통장제’를 신규도입하고, 저소득층 취업성공패키지사업 및 자활근로를 확대키로 했다.

가계·기업·금융 경제취약요인 보완, 위기대응능력 강화

가계, 기업, 금융 부문의 취약요인을 보완하고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올해 경제정책 중 하나다.
우선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710조 원을 돌파하고 가구당 빚이 4,200만 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발(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3·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712조 7,971억 원으로 전 분기 697조 7,493억 원보다 15조 478억 원 증가했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명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1.4%, 실질소득은 3.3%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우선 CD금리 중심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산정 방식을 다양화하고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할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고용 확대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수출위주의 경제구조에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국제적 균형성장 논의에도 적극 참여키로 했다.

기업부분의 경우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신용위험 평가 등을 통해 추가적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PEF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역시 그간의 구조개혁 노력을 제도화하고 자율책임 경영체계를 확립하는 등 공공기관의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 단체협약 즉시 공시 등을 통해 노사관례 선진화하고 사내복지기금 출연을 차등화 등을 통해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부문의 경우 개별 금융시장의 안정과 거시건전성 제고가 핵심과제다. 환매조건부 채권(RP) 시장 활성화, 예대율 관리방안, 은행권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방안, 자본 확충 유도 등이 대표적인 정책 추진 사안이다.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물가·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기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일반국민 61.1% ‘계속 어려울 것’, 경제회복 속도 부정적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회복 속도도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해 11월10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4·4분기 경제 및 소비회복에 대한 가계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53.6%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1% 미만이라는 응답과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답한 대답도 각각 15.7%, 6.5%에 달했다. 반면 3% 이상 성장을 예상한 응답자는 모두 23.4%에 불과했다. 주요 기관의 전망치가 4% 내외라는 사실을 질문에 포함시켰는데도 1~2%대로 예상한 가구가 과반수라는 것은 우리 가계가 경제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 회복 체감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2.6%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임금 등 소득 감소’가 37.4%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여파로 임금이 동결되거나 축소됐고, 사업부진으로 줄어든 소득이 다시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경기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교육비 지출 부담’ 16.9%, ‘주가 및 부동산 가격 하락’ 15.6%, ‘가계부채 증가 및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 10.0% 등이었다. 소비지출 수준에서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응답이 52.7%로 가장 많았고 ‘조금 늘린다’가 22.2%, ‘조금 줄인다’가 21.5%로 나타났다.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가계가 경기회복을 체감하고 소비지출을 본격적으로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반국민 1,502명과 교수 기업인, 연구원 등 전문가그룹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반국민 61.1%는 ‘계속 어려운 국면’이라고 답한 반면 전문가그룹은 64.3%가 ‘회복되고 있다’고 답해 뚜렷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내년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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