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신영수 기자]  불편한 사이였던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과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정몽준 FIFA 부회장과 함맘 AFC 회장은 16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2022년 월드컵이 아시아권에서 개최돼야 하고 아시아 출신 FIFA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정 부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함맘 회장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고 회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아시아지역 FIFA 집행위원 선거 과정에서 ‘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에 관계 복원은 관심을 끈다.

당시 정 부회장이 FIFA 집행위원에 도전한 셰이크 살만 바레인 축구협회장을 지원하는 바람에 4선을 노렸던 함맘 회장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함맘 회장은 정 부회장을 겨냥하면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죽여 버리겠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고 정 부회장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범죄 집단의 두목 같다”며 함맘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선거에서 함맘 회장이 AFC 총회 투표에서 유효표 44표 중 23표를 획득하면서 4년 임기의 FIFA 집행위원 연임에 성공했고 낙선하면 내놓겠다고 선언했던 AFC 회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둘은 이를 계기로 불편한 사이였지만 2022년 월드컵 유치와 차기 FIFA 회장 대권을 둘러싸고 협조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고 결국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양쪽 모두 손해를 볼 게 없는 ‘윈윈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국과 함맘 회장의 조국인 카타르는 나란히 2022년 월드컵에 유치 신청서를 낸 상태다. 양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 후보국으로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양국의 유치 공조는 손해를 볼 게 없는 장사다.

지금까지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이상 공동), 잉글랜드, 러시아, 호주,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가 2018년 월드컵과 2022년 월드컵 중 하나를 유치하겠다고 신청한 가운데 2018년 대회는 유럽 국가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2022년 대회를 놓고 한국과 카타르,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5개국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에선 상대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한국이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 호주 등에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함맘 회장으로 대표되는 서아시아권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함맘 회장 역시 정몽준 부회장의 지원 사격이 절실하다. 함맘 회장은 아시아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내년 6월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서 제프 블래터 현 회장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어도 함맘 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함맘 회장은 “아시아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FIFA 회장에 나왔을 때 연합해서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FIFA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몽준 부회장의 지원 없이는 FIFA 대권 도전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걸 함맘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선수권대회 한일전을 나란히 앉아 지켜봤던 정몽준 부회장과 함맘 회장.

동상이몽의 두 거물의 전략적인 제휴가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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