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간 이소연 양은 여러 실험 가운데 신체 변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특수촬영 장비로 얼굴을 찍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극히 작아지므로 처음에는 하체의 혈액이 상체로 몰려 혈관이 팽창하면서 붓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3~4일이 지나면 점차 붓기가 빠지면서 피부에 주름이 없어지고 팽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턱은 좁아지고, 얼굴이 길어지면서 뺨이 작아지고 약간 상승해진다. 그러면서 이마는 볼록해지고, 코는 짧고 높아져 미간이 올라가는 동안(童顔)형으로 얼굴 형태가 바뀌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우주에서는 피부가 받는 중력이 없어지면서 쳐진 피부가 위로 올라가 지상에 있을 때와는 달리 앳된 인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무중력의 신비보다는 나도 더 예뻐지기 위해 우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작은 얼굴 윤곽에 좁은 턱, 눈은 크고, 피부는 우윳빛에 촉촉하면 금상첨화로 여긴다. 물론 몸매는 에스라인에 키도 훤칠해야 현대판 미인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심지어 남성도 예쁘고 여성스러워야 ‘꽃미남’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이마와 턱이 각지고 넓은 남성적인 상을 미인으로 보았다면 요즘은 여성 유형을 미인으로 보는 시대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미인이라는 말을 썼을까? 그것은 아마 생산력이 우수한 남성에게 여성이 예속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원시시대에는 여성들의 순결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난교가 이루어지면서 엄마에 의해 혈족이 유지되었다. 이때는 여성이 외모를 꾸밀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생산력이 강한 남성은 잉여생산물을 취하게 된다. 반면에 생산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수명연장을 위해 남성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남성에게 예속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자 남성은 자신의 혈육이 유산을 승계하기를 희망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였을 것이다. 그러자 여성은 능력 있는 남자의 선택을 받기를 희망하게 되어 외모를 꾸미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여성은 남성 또는 사회적인 미적기준에 맞추게 되면서 미추가 결정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역사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미의 기준 역시 그가 속한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고, 개인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민족의 독특한 미인 기준은 우리의 통념과 크게 다르다. ‘접시족’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무르시족은 입술을 찢고 그 속에 둥근 접시를 넣어 입술을 주걱처럼 튀어나오게 한다. 그들에게는 입술이 많이 나올수록 미인인 것이다. 미얀마의 카렌족은 목에 링을 여러 개 끼우는데 성장하면서 링의 수를 늘려 목을 사슴처럼 길게 만든다. 그들에게는 목이 길수록 미인이라는 가치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볼 때 시대적으로 공통된 미의 기준은 있겠지만 그 가치의 절대적인 기준은 당시의 사회 상황이나 그 민족의 문화 특성에 따라서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시대별로 미의 가치 기준은 어떠했는지 미인을 찾아 시간 여행을 해보자.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엉덩이가 크고, 배와 가슴에 살이 많아야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에는 다산과 풍요가 사회적 요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많이 낳아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성이 미의 첫 번째 기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민지로부터 얻는 물질이 풍부했던 로마시대에는 여성이 미를 가꾸는 것에 대해 관심이 컸다고 한다. 화려한 유형의 진하고 야한 화장에 일자 눈썹, 하얀 치아에 날씬하고 털이 없는 몸을 소유한 여성들이 미인으로 사랑을 받았다. 당시의 진한 화장은 귀족들 사이에서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정숙과 순결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던 중세에는 작은 가슴과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피부, 즉 성녀처럼 느껴지는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 미인이었다. 가슴이 큰 여성은 성적 매력이 강해 정숙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 때문에 중세시대 그림에는 여성의 가슴이 부각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르네상스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성숙미를 풍기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원뿔모양으로 솟은 가슴이나 통통한 턱, 풍만한 허벅지를 가진 성숙한 여성이 미인이었다고 한다.

19세기 말에는 말 그대로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세기말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걸맞게 여성들 미의 기준도 유령처럼 핏기가 없는 피부에 야윈 몸매, 퀭한 눈, 파인 볼을 가진 여성들이 두드러지는 때였다. 전쟁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2차 대전 직후에는 다산을 해야 하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큰 가슴, 두드러진 허리와 엉덩이, 굴곡 있고 풍만한 몸매, 뇌쇄적인 표정을 가진 여성이 미인으로 각광받았다. 이른바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성에 대해 솔직한 생각들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의 이미지가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중심인물이 바로 1953년 <플레이보이> 창간호 표지 모델이자 배우였던 마릴린 먼로이다.

20세기 후반에는 한마디로 개성적인 여성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인정받던 때이다. 이 시대에는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드러내는 내추럴 화장, 안젤리나 졸리처럼 지적이면서도 섹시함을 겸비한 도시적인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고 하겠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높은 코, 쌍꺼풀, 건강미 넘치는 피부, 근육질의 마른 몸매 등 서구적인 특징이 더 반영되어 또렷한 이목구비와 건강미가 느껴지는 몸매와 피부가 미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거기에 예전과 달리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살린 여성들이 미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피부 가꾸기와 마른 몸매를 목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정형화된 이미지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지 않나싶다. 이 세기 내에서 미적 가치의 기준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은 어렵다.

시대적으로 미인의 기준을 볼 때 나름대로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던 시대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피부와 상관이 있었다. 그리고 건강미가 넘치는 여인이 미인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시대를 넘어 예뻐지고 싶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고, 피부부터 잘 관리해야 미인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내면까지 아름답다면 완벽한 미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책 <미의 역사> 서문에서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적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각 사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성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즉, 미의 기준은 사람들 저마다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이나 세계관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진정한 미인상! 그것은 남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일 것이다. 그 인상은 각자의 노력으로 바꿔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신화남 미용기능장(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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