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김경문 매직이 통하지 않았다. 김재현의 2루타 한 방에 올림픽 9전 전승 우승을 이끌어낸 ‘국민 감독’은 9연패 수모를 맛봐야 했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을 맡아 올림픽 첫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두산 감독은 26일 소속팀 두산에 복귀하자 마자 SK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3-4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전반기부터 이어오던 연패 행진을 9경기로 늘렸다.

9연패는 2003년 시즌 초반 10연패 이후 두산의 팀 최다 연패 기록 타이이자 2004년 두산 감독에 취임한 이후 김 감독의 개인 최다 연패다.

다행히 승률 5리 차로 바짝 뒤쫓던 한화도 이날 롯데에 덜미를 잡힌 덕에 가까스로 2위를 지켰지만 하루 새 9전승 국민의 감독에서 9연패 위기의 감독으로 전락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김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나날’을 이어갔다. 2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고 26일 오전엔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 오찬에도 참석했다. 행사를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짐을 싸서 문학구장으로 이동, 소속팀 두산에 복귀하자 수많은 카메라들이 앞을 막아서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김 감독은 “어제까지의 환희는 잊고 이제부터 소속팀 두산에 집중하겠다. 잔여 경기에서 5할 승률을 유지해 2위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기다리는 현실은 냉혹했다.

한 달 동안 팀을 떠나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에야 복귀해야 했으니 천하의 국민감독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상대는 최강 SK. 대표팀에서 지칠대로 지친 주축 타자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김동주는 선발로 내보낼 엄두도 못냈다.

김 감독은 이날 김광림 코치가 내민 1.5군 수준의 선발 오더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졌지만 좋은 경기였다. 빨리 팀을 재정비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 최종 예선을 다녀온 뒤에도 초반 6연패 등 고전을 딛고 두산을 2위로 끌어올린 김 감독이었다./e조은뉴스 제휴사=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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