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초고속 ‘몸집불리기’ 숨겨진 비밀 <제3탄>

“지난 1993년 한국신용유통에서 다이너스카드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가 탄생했다. 당시 김우중 회장이 사비를 털어 하이마트 설립을 진두지휘한 게 사실이다” '김우중 회장이 한때 하이마트의 실질적 주인이었다'는 증언은 김우일 전 대우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 그동안 대우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수차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하이마트의 '초고속 몸집불리기’ 이면에는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였기에 가능했다는 추측과 의혹만 무성했을뿐 실질적인 증거나 자료는 아직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최근 대우전자의 한 대리점장이 대우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리점장은 대우전자와의 소송을 준비하면서 무려 1천5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 소송자료에는 국내 가전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한 하이마트의 뒷배경에 ‘대우전자 퍼주기식 지원…대리점 관리 위탁…부당·독점·불공정거래’ 등이 숨겨져 있었다. 이 여파로 대우전자 대리점은 하나둘 무너져 갔으며, 결국 지금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게다가 대우전자와의 소송에서 이 대리점장의 법정대리인이었던 변호사마저 대우전자의 불공정행위를 은폐하는가하면, 고의적으로 재판을 패소하게했다는 주장과 증거도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이 대리점장의 법정대리인은 한때 SBS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 스타변호사로 입지를 굳혔고,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동성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조은뉴스는 하이마트의 '초고속 몸집불리기’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기업행태와 김동성 국회의원이 변호사 시절 대우전자와의 소송에서 대기업과 결탁, 승소직전에서 오히려 재판을 패소하게 만들었다는 주장과 관련, 모 시사주간지가 외압(?)으로 인해 보도를 중단했던 기사내용과 기획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편집자주>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어정쩡한 함흥차사 

<조은뉴스>는 지난 2001년 대우전자가 하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 재판기록과 증거자료 등을 입수했다. 이 자료를 보면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부적절한 관계’<본보 11월 10일·12일 기사 참조>를 확인할 수 있다. 대우전자가 하이마트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이는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실제 <조은뉴스>가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국내영업 부문이 하이마트(당시 한국신용유통)로 이관된 1998년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국내 판매권 부여 및 결손금 지원, 대리점 관리 위탁 등의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주요 영업 인력(판매사업부 6개·지사 36개) 등 인적 조직도 하이마트로 승계됐다.

그러나 대우전자 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와 하이마트는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하이마트가 사실상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라는 지적에 대해선 “터무니없다”고 발뺌했다.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된 만큼 사실이 아니다”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문제는 이 여파로 1천개에 달하는 대우전자 대리점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대리점주들은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부적절한 관계’를 모른 채 눈덩이처럼 쌓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감지한 공정위는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의 ‘기업 편들기’라는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전자-하이마트의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한 공정위는 2001년 1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4년10개월간 총 7차례 담당조사관을 교체했다. 구체적인 조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장마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대구에서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한 이모(52)씨가 대우전자-하이마트의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다. 사건의 발단은 대우전자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로 경영권이 이전됐던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대우전자 대리점을 정리하는 와중에 대우전자로부터 미수채권(6천8백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당했다. 법정 공방을 준비하던 이씨는 두 회사가 사실상 계열사 관계라는 점을 알았고, 이를 공정위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2001년 11월 대우전자와 하이마트를 상대로 한 독점·내부·불공정거래 및 대리점 계약위반 행위 등의 진정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당시 대우전자 관계자는 “이미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씨를 압박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대우전자-하이마트 관련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진 것은 그 때까지만 해도 없었다. 앞서 이씨는 공정위에 상담한 결과 A조사관의 “문제가 심각하니 정식으로 신고해 달라”는 답변을 얻은 상태였다.

신고 3일후 공정위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A사무관은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A조사관은 “내가 무혐의 처분하면 민사소송에서 불리할 텐데 그래도 조사를 진행할까”라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고, 결국 2002년 3월 공정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정위는 “조사 과정과 관련 자료 등은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기밀 사항”이라며 일체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의 진술은 물론 조금의 설명도 없었다.

“공정위의 회신은 두어 줄 뿐이었습니다.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리한다’는 심사결과 통보였습니다. 황당했지요. 사건을 담당했던 A조사관은 진정인에게 단 한 번의 질문이나 설명도 없이 피진정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을 갖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정위가 무슨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에 발끈한 이씨는 감사원에 의견을 물었고, 이씨의 주장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감사원의 중재로 이씨와 감사관, 그리고 A조사관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당시 감사관과 A조사관은 이 사안을 놓고 티격태격 설전을 벌였다.

감사관은 조사 관련 자료를 이씨에게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했지만, A사무관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맞섰다. 감사관이 이씨에게 “차라리 행정소송을 하라”고 권고하자, 그때서야 A조사관은 “새로운 사실이나 자료가 확보되면 다시 검토해 보겠다”며 재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씨는 2003년 6월 변호사를 통해 대우전자-하이마트의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을 공정위에 정식으로 신고했다. 대우전자-하이마트와의 민사소송에서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측은 대우전자-하이마트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를 확신했다. 두 회사의 독점·불공정거래가 포착됐다는 B조사관의 설명이 있었다는 게 변호사의 전언이다. 다만 내부거래는 두 회사의 사정상 덮어두자는 의견 조율도 있었다는 후문. 더욱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자료들도 확보했다.

공정위, 무려 1천5백장 분량에 달하는 증거자료를 검토도 하지 않고 증거불충분 '무혐의' 결론… 이유는?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같은 해 9월 공정위는 3개 부분의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이유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1차 신고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공정위의 조사는 허점투성이였습니다. B조사관에게 항의하자 그는 ‘1차 신고 때와 신고 내용이 같고, 제출한 자료의 분량이 많아서 검토조차 못해봤다’고 털어놨습니다. 그 길로 공정위 감사관실로 달려가 ‘재조사’를 다시 요구했지만, 감사관실도 냉담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2005년 5월 이씨는 공정위의 일방적인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을 청와대 비서실에 직접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일까. 그로부터 한 달 뒤 공정거래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40∼50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이씨가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항의하자 당시 강철규 위원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접수 날짜가 내가 있을 때가 아니네”라며 한참을 머뭇거리다 “어쨌든 다시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감감 무소식이었다. 담당 조사관 교체가 그 이유였다. 실제 이 사건은 강 위원장의 지시로 3차 조사가 진행된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불과 1년여 동안 무려 5차례에 걸쳐 담당 조사관이 교체됐다.

한 달 새 2명의 조사관이 바뀌기도 했다. 그전까지 합치면 총 7번이다. 문제는 조사관들의 유기적 연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사관들은 하나같이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묵묵부답이었다.

조사 또한 부실 그 자체였다. C조사관은 “자료가 너무 많으니 요점만 다시 복사해 오라”며 이씨를 되돌려 보내는가 하면, D조사관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예쁜 놈 더 주고 미운 놈 덜 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회사 간의 자금지원도 돈 가진 회사 마음 아니냐” 등의 기업 옹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전화를 자주 하지 말라는 조사관도 있었으며, 시장 조사를 대신해 달라는 조사관도 있었다. 심지어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처음 보는 자료”라고 말한 조사관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5월 공정위는 증거 미비를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1천5백장 분량의 자료를 들고 지방에서 제 집 드나들듯 공정위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자료 부족’이라는 공정위의 설명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5년 동안 신고한 내용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명쾌한 답을 내놓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 사건에 담당자가 그렇게 자주 바뀔 수 있습니까. 이는 공정위의 ‘기업 편들기’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말도 안 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사건을 처리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신고 내용의 사안에 따라 법률전문가의 자문, 관계기관의 사실 확인 및 의견 조회, 현지 출장 등으로 조사 기간이 추가로 장기간 소요될 수도 있다”며 “대우전자-하이마트의 독점·내부·불공정거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충분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조사관의 잦은 교체에 대해 “내부 사정상 그럴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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