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레마을 둘레길을 오르다 말벌에 쏘였습니다. 둘레길 중간쯤에 쉼터가 있습니다. 쉼터를 사람들이 오래 쓰지 않아서 그런지 지붕에 말벌이 집을 지은 줄 몰랐습니다. 쉼터에서 쉬고 있는 나를 말벌들이 못마땅히 여겼던지 아니면 자신의 나와바리 영역을 침범하였다고 여겼던지 내 머리에 3 마리나 달려들어 쏘았습니다.

처음엔 벌에 쏘이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생각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쏘인 자리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벌에 쏘였을 때 먹는 약을 구하여 먹고는 밤을 지났는데 벌에 쏘여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통증에 시달리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기에 새벽기도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새벽기도에 나온 교인들이 자습했겠지요. 글을 쓰는 지금은 통증도 사라지고 부어올랐던 자리도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벌에 쏘였기에 겪은 통증이 아닙니다. 벌이 지닌 공동체 정신입니다. 벌은 한 번 쏘고 나면 자신은 죽는다 합니다. 자신들의 공동체를 침범한다고 여기는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하여 자신이 죽음으로 막아내는 정신입니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어려운 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 표현합니다.

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하여 자기 생명을 기꺼이 바칩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꼭 있어야 할 정신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병들어 있습니다. 그릇된 사상이나 이념에 오염된 무리들이 겨레 공동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던지는 벌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
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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