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오재현 기자] 프로당구가 출범한 이후 벌어진 당구 역사상 초유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소송에서 프로당구협회(PBA)가 패소했다.

(사진제공=코줌인터네셔널)
(사진제공=코줌인터네셔널)

EU집행위원회는 지난 22일 프로당구협회(PBA)와 대한당구선수협의회(KPBA) 소속 선수 22명이 세계캐롬연맹(UMB)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기각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UMB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알리고 “EU 집행위원회가 UMB의 위상 및 조직 법령과 규정에 대한 적용 방향성을 확고히 인정한 것”이라 밝히며 “PBA 대회 조직에 대한 모든 UMB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말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PBA가 지난해 UMB, KBF(대한당구연맹) 등 당구 종목 스포츠 단체와 대회 출전권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출범하면서 불거졌다.

대부분의 스포츠 단체와 마찬가지로 UMB와 KBF 규정에는 ‘승인하지 않은 대회 출전 시 제재’, ‘이중등록 금지’ 등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했다.

PBA 투어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UMB 규정 정비를 위한 협상이 필수였다.

그러나 PBA 투어를 동시에 소화하기에는 UMB 일정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협상은 어려웠다.

PBA가 UMB 일정에 맞게 투어를 축소하던지 아니면, UMB가 3쿠션 월드컵 등 사업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UMB는 PBA 출범 직전까지 “자격정지 징계는 유효하다”라는 입장을 지켰고, 반면에 PBA는 “UMB에 대한 유럽 각급 법원 제소 등 강력한 법적 대응 지원”의 뜻을 전해 선수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투어 출전을 독려했다.

결국,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PBA가 지난해 6월에 첫 투어를 강행하면서 이 대회에 출전한 프레데릭 쿠드롱, 에디 레펜스, 강동궁 등 UMB 소속 선수 120여 명은 무더기 선수 자격정지를 당했다.

UMB가 이러한 제재를 실행하자 앞서 경고했던 대로 PBA는 “스포츠 단체가 선수를 독점할 권리가 없다”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9월 EU 집행위원회에 UMB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PBA가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고소장은 EU 기능조약 중 제101조(공동행위 금지)와 제102조(시장지배자의 남용행위 금지) 등 반독점 관련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EU 집행위원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단체들이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시정 조치에 따라 해당 단체의 규정을 개정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PBA 사태에서는 EU 집행위원회가 UMB의 손을 들어주며 기각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PBA 사태의 경우 단순 대회 개최가 아닌 사기업이 독단적으로 프로당구협회를 설립해 UMB의 자산인 선수들을 데려간 것이기 때문에 본질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기업에서 ‘우리는 돈이 많아 더 큰 대회를 만들 것이니 스포츠 단체 일정도 무시하고 선수들도 내놓으라고 한다’라면 과연 가만히 있을 단체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UMB 규정에는 미승인 대회 1회 출전마다 1년씩 선수 자격이 정지되어 최대 3년까지 징계가 내려지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PBA 투어에 출전한 선수들의 징계는 2022년까지 유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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