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시절에 학교 공부에는 취미가 없고 소설 읽기, 영화관 출입에 열심이었습니다. 허구한 날 공부는 태만히 하고 소설책이나 읽고 영화관이라면 학교 가다가도 좋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주연으로 나오는 서부 영화가 나오면 가방을 든 채로 발길을 영화관으로 돌리곤 하였습니다.

그런 나를 외삼촌들이 보고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던지 어머니께 내 흉을 보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방 밖에서 들으니 내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 가만히 선 채로 이야기 내용을 들었습니다.

"누님, 홍이는 인간이 안 되겠어요. 맨날 학교 공부는 안하고 소설 나부랭이나 읽고 영화관이나 다니고 지나니 인간되기는 글렀어요. 누님 한 번 쎄게 꾸지람해 주세요."

문 밖에 서서 삼촌들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머니께서 어떻게 대답하시는지 궁금하여 인기척을 내지 아니하고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이어서 어머니께서 답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아니다. 홍이는 다른 애들과는 다른 아이다. 걔는 꿈이 있는 아이다. 꿈이 있는 아이는 잘못되지 않는다. 가만 두어라. 다 때가 되면 제자리로 돌아올 거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하 어머니는 나를 믿어 주시는구나. 어머니가 나를 저렇게 믿어 주시는데 어머니 기대에 어그러지지 않는 아들이 되어야겠구나. 이제부터 마음잡고 살아야겠구나."

이런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날부터 어머니께는 아무 말하지 아니하고 학교 공부를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데 1학년 교과서에서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그간에 뒤처진 실력을 닦아 나갔습니다. 어머님의 나에 대한 신뢰가 나로 하여금 새 출발하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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