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물가에서 놀며 모래집을 짓다가 지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밀어버리고 집짓기를 새로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비유가 적합하진 않지만 개인도, 기업도, 국가까지도 한참 진행하여 나가다 잘못되어졌다고 판단케 되면 그때까지 진행하여 오던 상태를 말끔히 밀어버리고 새로 시작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새판짜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정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여당>도 <야당>도 <새판짜기>에 들어갈 때라 생각됩니다. 특히 <야당> 내지 <야권>이 <새판짜기>에 도전하여야 살아남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처지라 여겨집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것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질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야당은 지난 3년간의 세월을 허송세월 하였습니다. 당명(黨名)을 여러 차례 바꾸는 일 외에는 당의 정체성이나 수권 정당의 능력을 배양함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야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당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선거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지금이 <새판짜기>에 도전하여야 할 때입니다.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새판을 짜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당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22개월 뒤에 있을 대선에서 승산이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새판짜기에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조건이 3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이번에 당선된 인사들로 당을 꾸리려들지 말고 당 밖에 있는 인재들을 과감히 영입하여야 합니다. 내 판단으로는 어차피 시원찮은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판을 짜면 도토리 키 재기일 것입니다. 당 밖에 뽑힌 국회의원들 외에 좋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과감하게 인재들을 발탁하여 새로운 모습의 당을 세워야 합니다.

둘째는 야당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두고 사상성 내지 이념적 지향을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 요즘 야권 인사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쓸데없는 말이 있습니다. 중도, 중도 보수, 중도 세력이란 말입니다. 남북이 이념적으로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中道)란 무엇을 뜻합니까? 내 귀에는 그런 말은 남북 중간 비무장 지대에 집 짓고 살자는 말처럼 들립니다.

우리 역사에서 중도를 찾다가 성공한 예는 전무(全無) 합니다. 보수면 보수, 자유면 자유, 민주주의면 민주주의에 철저하게 충실하여야 합니다. 자기 정체성(Self Identity)이 분명치 못한 채로 정권을 잡으면 헤매다가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나는 누가 뭐래도 아직 우리 국민들 중 보수 성향이 60%라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보수에 표를 주지 않는 것은 보수가 보수답지 못한 탓입니다.

셋째는 국가경영, 민족경영에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문(反文), 반북(反北)이 장기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문재인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합니다. 김정은 다음에 민족경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 비전을 듣고 싶어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런 비전을 제시하였습니까?

동두천 두레수도원과 두레자연마을
동두천 두레수도원과 두레자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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