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원의 글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포털

다음 아고라의 회원이자 경제 논객 미네르바의 신원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원조회의 움직임이 있자, 미네르바가 절필 선언을 한 것. 야당과 진보좌파 매체들은 이를 두고 인터넷통제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미네르바의 글을 단 한 차례 본 적 있다. 일반 게시판 논객이나 혹은 증권사 직원들 중 사적으로 이 정도의 비관적 경제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미네르바의 비관적 경제 예측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미네르바는 이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그것도 여론조성 기능이 막강한 다음의 아고라에서 활동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네르바 파문은 실제로는 다음이라는 포털사의 영향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미네르바가 다음과 같은 진보성향의 웹사이트인 서프라이즈나, 무브온, 혹은 진보누리에서 활동했다면 이런 정도로 파문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미네르바가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같은 진보언론에서 실명을 걸고 글을 썼어도, 영향력은 미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진보적 인터넷신문에서 활동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도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는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선동에 능한 진보 인터넷신문이라 하더라도, 외부 기고의 글이 메인 페이지에 오르는 순간, 그 다음부터는 신문 운영자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네르바의 신분이 노출되었다면, 이는 그 어떤 경우의 수를 상정한다 해도, 사이트 운영자, 즉 다음 아고라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현재까지 다음은 미네르바의 신원을 확인해주었는지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정부기관이 움직였던 다음 측이 신원을 알려주지 않고서는, 미네르바의 신분이 노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미네르바가 필명을 사용할 수 있는 빅뉴스나, 브레이크뉴스 혹은 데일리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네신문사에서 글을 썼다고 치자. 아마 그렇게 되면 미네르바는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한 정부의 압력 탓으로 절필하는 상황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빅뉴스에도 실명을 쓰고 있을 뿐, 외부에 직업이 알려지지 않은 김휘영, 윤종경, 김로빈 등이 활동하고 있다. 만약 정부에서 이들을 조사하겠다고 나선다면, 필자가 앞장서서, 이들 빅뉴스의 논객을 보호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정부의 압력을 막아냈을 것이다. 설사 이들의 글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 실정법을 어겼다 하더라도, 편집자 입장에서 함께 처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막아내야 한다.

그럼 과연 다음의 아고라는 어떨까? 돈만 되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하는 포털사에서는 절대 자신들의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자가 앞장서지 않는다. 정부의 압력이 들어오면 미네르바든 누구든 위축되어 절필하고 도망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미네르바의 절필에 대해 한겨레,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등이 인터넷통제라 지적하는 것은 일면 맞는 말이지만, 매체 입장에서 거기서 멈추어선 곤란하다. 왜 미네르바가 인터넷한겨레나 경향닷컴에 기고하면 안 되는가. 최소한 인터넷한겨레와 경향닷컴의 편집장이 미네르바의 신분을 알고 있되, 필자와 협의하여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는 대신, 법적인 문제가 벌어지면 공동으로 책임지겠다고 선언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막 나가는 정부라도 인터넷신문에까지 압력을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돈만 보고 움직이는 포털이니까 압력이 먹히는 것일 뿐. 또한 미네르바가 이 정도의 책임도 질 자세가 안 되어있다면, 일찌감치 절필하는 것도 맞는 일이다.

미네르바 사건은 포털이라는 공간에서 신원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전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또 한번 드러내준 데에 불과하다. 그리고 포털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인터넷한겨레, 경향닷컴 등도 포털의 게시글이나 쳐다보고 베끼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알려주었다.

진보좌파 매체는 제2의 미네르바, 제3의 미네르바가 인터넷재벌 포털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기 전에, 표현의 자유를 내팽겨치는 포털로부터 어떻게 하면 언론의 기능을 되찾아올 것인지를 고민하고, 자사의 사이트에서 새로운 사이버 논객을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체 진보좌파 매체들은 언제까지 포털에 몸과 영혼을 팔아대며 노예처럼 살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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