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는 게으른 아버지와 날카로운 어머니에게서 자랍니다. 음악적 재능은 부모가 아닌 친척에 의해 발견됐고, 고작 2년의 음악 공부 후 10세의 나이로 파리국립음악원에 합격합니다. 월등한 재능만큼 그는 통제되지 않는 자기애를 소유했습니다. 부도덕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바그너를 연상케 하지만, 독단적인 바그너, 바그너의 음악과 달리, 그의 여린 정서와 결핍들은 그의 사생활을 짐작조차 어렵게 합니다.

 

그는 자신을 보통 인간들과 다른 차원의 존재로 여겼습니다. 주위와 친화되지 않았고, 학교생활은 험난했습니다. 교수가 오기 전 본인이 강의를 하는가 하면 교수들의 가르침에는 대항했습니다. 평생 가난했으나 철저한 미식가였고, 새로운 패션이 유행하면 옷을 샀습니다. 비싼 그림과 비싼 책, 장식품과 꽃들을 사 모으는 귀족 취향을 고집했습니다. 빚더미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인들에게 자주 돈을 빌렸고, 갚지 않습니다.

그는 바그너를 능가하는 파괴적 여성편력을 선보였습니다. 셀 수 없는 여성들에게 애정과 증오를 남겼고, 두 여인의 자살시도와 본인의 피살 위기를 겪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의 많은 걸작들은 뭇 여인들에게 헌정된 작품이었습니다. 친구들은 그를 '암흑의 왕자'로 부르게 됩니다.

 

10대 후반, 그는 차이콥스키의 후원자로 유명한 폰 메크 부인의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칩니다. 딸들 중 하나였던 소냐는 그의 파란만장한 여자인생의 시작, 곧 메크 부인에게 발각되어 드뷔시는 쫓겨납니다. 곧 부유한 미모의 성악가이며 30대 유부녀였던 바스니에 부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집에서 둘의 관계를 모르는 남편까지 셋의 동거가 시작되지만, 곧 끝납니다.

20대 초반, 그는 가브리엘 듀퐁('갸비')을 만납니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드뷔시를 헌신적으로 보살펴줍니다.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되는 <목신의 오후>는 그녀를 위해 작곡되어 전 유럽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작품이 초연된 1894년 그는 테레즈 로제라는 가수를 사랑해 약혼하고, 파혼하고, 다른 여인들에게 청혼하는 등, 갸비와의 동거 중에도 각계각층 여성들과 염문을 뿌립니다.

갸비는 드뷔시에 대한 애증으로 마음에도 없는 결별 통보를 사용하며 그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으나, 마침내 자신의 절친이었던 모델 로잘리 텍시에('릴리')에게까지 드뷔시가 청혼하자 자살을 기도, 드뷔시의 발견으로 다행히 미수에 그칩니다. 사건 후에도 이들은 2년의 동거를 이어가지만 곧 드뷔시는 릴리와 도망쳐 결혼합니다.
 

첫 결혼을 기점으로 드뷔시의 여성편력은 한층 과격해집니다. 결혼 생활 중에도 끊임없이 외도했고, 그중 제자의 어머니이자 드뷔시 부부의 절친이기도 했던 엠마 바르다크('엠마') 부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엠마는 부유한 은행가의 아내로 당대 사회의 유력 인사였습니다. 이 만남으로 둘은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 소송을 벌이고, 릴리는 모멸감에 자신의 친구였던 갸비처럼, 자살을 기도합니다. 다행히 죽음은 모면했고 드뷔시는 릴리를 간호했으나, 회복되자 엠마에게로 떠납니다.

이전 관계들과 달리 이 관계는 당대 언론과 여론의 강한 분노를 샀고, 드뷔시의 수많은 후원자들과 친구들 역시 그를 비난하며 등을 돌립니다. 드뷔시의 절친들은 릴리를 위해 모금까지 하며 그녀를 위로하고, 드뷔시와 절교합니다. 이 와중에도 그는 엠마를 위한 피아노 명곡 <기쁨의 섬, L'Isle joyeuse>을 작곡합니다.

사람들은 드뷔시가 엠마의 부와 권력 때문에 그녀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했지만, 희대의 불륜 스캔들로 엠마는 모든 재산을 잃어버립니다. 항간의 시선들에 답이라도 하듯 그러나 드뷔시는 엠마와 결혼하고, 곧 파경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여생을 함께합니다.

 

곧 이들 사이에 딸 클로드 엠마 드뷔시('슈슈')가 태어납니다. 드뷔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인 슈슈의 탄생은,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여성편력에도 종지부를 찍게 합니다. 결핍과 집착은 가족애로 변환되었고, 그는 처음으로 정서의 안정을 얻게 됩니다.

예민한 감수성의 드뷔시는 어린이의 정서를 사랑했고,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걸작을 남겼습니다. 특히 하나뿐인 딸 슈슈를 위해 작곡한 <어린이의 세계>는, 그가 과거 여인들에게 헌정한 작품과는 다른 걸작이 됩니다. 슈슈의 존재는 평생 채워지지 않던 드뷔시의 내면을 채워줬으나, 그는 암을 선고받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합니다. 입대를 자원하지만 거절당합니다.

고통을 잊으려 몰핀과 코카인으로 연명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작곡을 하고 순회공연을 합니다. 젊은 날들의 과오와 사치를 참회하듯 생업과 가족애로 점철된 말년. 처절한 투병과 작업을 오가면서도 그는 딸을 위한 전주곡 작품집을 완성합니다.

슈슈가 13세가 되던 1918년, 그는 암으로 사망합니다. 아버지의 저주인지 알 수 없으나. 1년 후 슈슈는 14세의 나이로 호흡기질병 디프테리아에 의해 사망합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7회 (2019.03.23. 나루아트센터)
- e조은뉴스 <피아니스트 김별의 별별예술> 연재 중
- 서울문화재단X성동문화재단 <잇고, 있고> 소리 프로젝트
- 제6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 음악 낭독극 프로젝트 <공명> 음악감독
- 코리아뉴스타임즈(현 이코리아) <김별의 클래식 산책> 2017~2018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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