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주장에 盧 "비판 위한 글" 반박…심상정 "MB 포함해 토론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한미FTA 공방'이 양측 간 날선 대립상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놓고 '일방적 강행'과 '결사반대'가 팽팽히 맞섰던 상황을 연상케 하고 있다.

당초 '한미FTA 체결'의 장본인인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협상론'을 주장한 이후, 심 공동대표가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고해성사'를 주문하고 나섰고, 노 전 대통령이 급기야 17일 "예의에 맞는 일이 아니다"라며 심 대표를 꼬집고 나섰던 것.

"이 대통령,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16일 자정 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글을 올리고 "심 대표의 글을 얼른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단지 나를 비판하는 글일 뿐"이라며 "이렇게 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먼저 '금융 자유화를 제도 선진화로 잘못 이해해 한미 FTA의 과오를 저질렀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의 금융위기는 (참여정부의) 금융 허브 전략이나 한미 FTA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한미 FTA 정책으로 우리 금융 제도가 얼마나 달라졌고 더 개방된 것은 어떤 것이 있느냐"며 "이들 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심상정 대표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직접의 논점은 아니지만, 내가 '제조업을 경시'한 일은 없다는 점도 밝혀 두고 싶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무분별한 개방'을 문제삼은 심 대표 주장에 대해 "세계에서 잘 산다고 하는 나라치고 개방 안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다.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 개방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동안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개방을 했다. 결과를 보면 우리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다 내 주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이 잘 버티어 준 것"이라며 "이 점에서 본다면 무분별한 개방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심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농업과 재래시장 등 국내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개방하지 않더라도 구조조정은 일어나게 마련인데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빼고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먼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재협상 불가피론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동차 문제에 대해선 "심대표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심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해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임 대통령이 토론제안에 일일이 응하는 것, 바람직 한 일 아니야"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심 공동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앞서 심 공동대표는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며 참여정부 시절 FTA를 밀어부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는 공급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이론"이라며 "신자유주의의 핵심 사상이 따로 있고, 개방은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면 FTA나 개방을 추진한다 하여 그 하나만으로 신자유주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정부 사상이고 부자를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전제한 뒤 "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인가,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밖에도 노 전 대통령은 '토론 거부'를 비판한 심 대표를 향해 "전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일에 관하여 질문이나 토론의 제안이 있다하여 일일이 응답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도 적절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끝으로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심상정 '명운 걸린 만큼, 이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본격 토론 필요'"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반론'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환영'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식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심 상임대표가 '한미FTA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토론이 시작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대변인에 따르면, 심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본격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라며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모든 국민들이 토론을 지켜볼 수 있도록 TV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심 대표는 조만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론을 재반박하는 글을 작성해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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