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5회에 거쳐 몇분의 의료인의 양심적인 건강정보를 보내드리니 많은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오늘 핸드폰을 교체합니다. 혹 문자가 안오는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1. 큰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 
서홍관(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부담도 크다. 그래도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든다.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찾는다. 확실하고 믿음직한 진단과 치료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다. 그러나 분주한 종합병원에서 간단한 질병을 더 잘 치료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어느 의사, 어느 병원을 찾을 것인가로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내과냐, 외과냐, 피부과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 많은 환자들은 여러가지 불편을 무릅쓰면서 까지 큰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큰 병원만이 좋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큰 병원에 근무하는 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든지 방광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미덥지 않아서 특수한 정밀검사로 자세하고 확실한 것을 알려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인들이 질병이나 검사방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은 병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항상 듣는 이야기로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를 경험하게 된다.
흑 어떤 경우에는 며칠에서 몇 달까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진료비에서 본인이 부담 해야 하는 비율도 의원인 경우 30%에 불과하지만, 병원(입원 병상수가 20~80개인 병원)은 40%, 종합병원 (입원병상수가 80개 이상인 병원)은 55%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큰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일전의 경험을 떠 올린다. 내가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 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되어 산전 진찰과 분만할 곳을 찾다가, 산부인과에서 인기가 높은 모 교수님 앞으로 특진을 신청하였다. 

우리 부부는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결과는 실망 스러웠다. 우선 환자가 너무 많았다. 그 교수님은 레지던트가 환자와 먼저 면담해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놓으면 두 개의 진찰실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며 매우 형식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 해 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감기 환자들까지 대학병원에 몰려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이렇게 아수라장 이라고 비판하던 내가 아내의 정상 분만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점이 반성이 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로 하였고, 편하고 만족스럽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일반인이 병원을 찾는 문제의 대부분(질병의 발생빈도 별로 따졌을 때 약 90%)은 일차의료 (종합병원 이하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나는 모든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병원이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드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물론 큰 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나 흔치 않는 병, 흔한 병이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일차 진료수준에서 잘 치료가 되지 않을 때는 마땅히 큰 병원을 찾을 일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한 병일 경우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은 일차 진료에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대학병원만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으로 보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나 불필요한 일이다. '가깝고 편리하고 값싼' 작은 병원을 널리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2. 일반의보다 전문의가 용하다. ☞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 교실)
경미한 질병에도 전문의를 찾아간다. 그래서 의대졸업생들은 거의 전부가 전문의를 지망한다. 그러나 막상 개업한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무관한 간단한 진료에 몰두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자원의 낭비이다.

몸에 이상이 생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 우리는 무의식중에 해당분야의 명의 또는 전문의를 우선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서적을 통하여 일반 국민에게 특정한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를 소개하는 일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강과 의료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여견상, 일반 국민에게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암리에 일반 국민들의 전문의 선호현상을 부채질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의는 일반의보다 용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 점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의는 의학의 특정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를 말하며, 전문의는 일반의에 비하여 진료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가 자신의 전공분야 또는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가 아닌 경우에도 일반의에 비하여 우수한 진료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경험하게 되는 질병으로 폭을 좁혀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개원의의 진료 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환자 중 80%는 감기(급성상기도염, 급성기관지염, 급성모세기관지염, 급성편도선염 등), 소화불량(위 십이지장 기능장애) 식중독 또는 설사( 감염성 소화기질환), 신경통 등 비교적 경미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저절로 낫는 병이였다고 한다. 이러한 질병들은 진단과 치료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특수한 시설 또는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의료에 있어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치료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의 선호현상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승용차의 엔진오일 교환과 같은 경미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모두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는다면 우리 주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경정비업소(소위 밧데리 가게)가 살아 남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듯이, 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의사 중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여 대한의학협회 회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대 졸업생의 대부분의 전문의를 지망하고 있다. 

한편 전문의 중 절반이 개원하고 있는데, 개원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무관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 교육제도를 개선하여 1차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고(가정의제도), 개원의의 진료에 대하여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료계의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미한 질병에 걸린 경우 우리가 일반의(가정의를 포함하여)를 찾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진 병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인지, 어느 분야의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으며, 진료의 연속성이 보장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간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 되어,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함, 막연한 전문의 환상, 의학박사 신화에서 벗어나 집이나 직장 가까이에 단골의사를 가져보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오늘도 2월의 첫날인 즐거운 주말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내일은 2부로 이어집니다.)

자연치유사/1급관강관리사
자연치유학과/ 교수 박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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