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초고속 ‘몸집불리기’ 숨겨진 비밀 '제2탄'

“지난 1993년 한국신용유통에서 다이너스카드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가 탄생했다. 당시 김우중 회장이 사비를 털어 하이마트 설립을 진두지휘한 게 사실이다” '김우중 회장이 한때 하이마트의 실질적 주인이었다'는 증언은 김우일 전 대우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 그동안 대우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수차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하이마트의 '초고속 몸집불리기’ 이면에는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였기에 가능했다는 추측과 의혹만 무성했을뿐 실질적인 증거나 자료는 아직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최근 대우전자의 한 대리점장이 대우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리점장은 대우전자와의 소송을 준비하면서 무려 1천5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 소송자료에는 국내 가전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한 하이마트의 뒷배경에 ‘대우전자 퍼주기식 지원…대리점 관리 위탁…부당·독점·불공정거래’ 등이 숨겨져 있었다. 이 여파로 대우전자 대리점은 하나둘 무너져 갔으며, 결국 지금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게다가 대우전자와의 소송에서 이 대리점장의 법정대리인이었던 변호사마저 대우전자의 불공정행위를 은폐하는가하면, 고의적으로 재판을 패소하게했다는 주장과 증거도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이 대리점장의 법정대리인은 한때 SBS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 스타변호사로 입지를 굳혔고,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동성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조은뉴스는 하이마트의 '초고속 몸집불리기’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기업행태와 김동성 국회의원이 변호사 시절 대우전자와의 소송에서 대기업과 결탁, 승소직전에서 오히려 재판을 패소하게 만들었다는 주장과 관련, 모 시사주간지가 외압(?)으로 인해 보도를 중단했던 기사내용과 기획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우전자 대리점 죽이기…수수료 챙겨 ‘돈방석’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대구에서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한 이상균(52)씨.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가 10여년간 사업을 하고 남은 건 빚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북이 쌓인 소송 자료들은 그의 손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이씨는 1984년 대우전자에 입사했다. ‘잘 나가던’회사인 탓에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던 중 이씨에게 뜻하지 않은 제의가 들어왔다.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해 보지 않겠냐’는 한 임원의 꼬드김에 넘어가 이씨는 1990년 수억원을 투자해 대리점을 개업했다.

당시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면서 대우그룹의 주력사로 떠올랐다. 때문에 이씨는 대리점 창업 초기 짭짤한 수익을 거두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갔다. 전국 대우전자 대리점도 1천여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이도 잠시. 대우전자가 1998년 국내영업 부문(하이마트)과 서비스 부문(대우일렉트로닉스)으로 분리되면서 이씨를 비롯한 1천여개 대리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대리점은 하나둘 무너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이씨는 대우전자와 하이마트 간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하이마트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양사가 ‘마녀 사냥’식으로 대리점을 죽였다는 주장이다.

“하이마트는 사실상 대우전자의 위장계열사로 볼 수 있습니다. 대우전자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은 하이마트의 등장은 대리점 폐업 도미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는 양사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결과입니다.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이 그것입니다. ‘대리점 죽이기’수단이었지요. 안타까운 점은 1천여 대리점주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눈덩이처럼 쌓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사실입니다.”

하이마트와 대우전자는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본보 10일자 하이마트 주인은 김우중… '하이마트 주인은 김우중…추악한 기업비리 내막?' 참조> 하이마트는 대우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몸집을 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대우맨’중 ‘핵심 대우맨’으로 통하는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한때 하이마트 주인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조은뉴스'가 입수한 2001년 대우전자가 하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 재판기록과 증거자료 등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국내영업 부문이 하이마트(당시 한국신용유통)로 이관될 당시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국내 판매권 부여 및 결손금 지원, 대리점 관리 위탁 등의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주요 영업 인력(판매사업부 6개·지사 36개) 등 인적 조직도 하이마트로 승계됐다.

문제는 1998년 이관 당시 대우전자가 하이마트에 대리점을 관리 위탁했다는 사실이다. 대우전자는 모든 제품의 판매권도 하이마트에 부여했다. '조은뉴스'가 입수한 양사의 물품공급 계약서를 보면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국내영업 판매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판매를 위한 모든 영업행위를 위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국 1천여개의 대리점이 하이마트 지배하에 놓인 셈이다.

대우전자, 국내영업 하이마트 이관시 대리점 관리 위탁 계약
대우→하이 28% 할인, 하이→대리점 0% “줄폐업 요인”


그렇다면 대리점 관리 위탁 관련 대우전자-하이마트 간 거래 내용은 무엇일까. 1997년까지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장도 가격의 15%를 할인해 줬다. 특히 대우전자는 하이마트가 자사 제품을 독점 판매하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결손 부분도 부담했다.

그렇다면 대리점 관리 위탁 관련 대우전자-하이마트 간 거래 내용은 무엇일까. 1997년까지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장도 가격의 15%를 할인해 줬다. 특히 대우전자는 하이마트가 자사 제품을 독점 판매하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결손 부분도 부담했다.

대우전자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 1백억원씩 총 6백억원 가량을 하이마트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마트 전 관계자는 “모회사인 대우전자가 자회사인 하이마트의 부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결손금 지원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국내영업 부문이 이관된 1998년부터는 결손금 지원을 중단했지만, 할인율을 28.5%로 높였다. 하이마트의 ‘저가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다.

반면 대리점은 대우전자와의 직거래가 아닌 하이마트를 경유해 공장도 가격(100%)으로 제품을 공급받았다. 결국 하이마트는 대리점을 통해 28.5%에 달하는 ‘부가 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는 대리점들이 영업부진에 따른 부도로 줄 폐업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만큼 대리점은 하이마트와 가격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게다가 인기상품이나 신상품은 구하기도 힘들었다는 게 대리점주들의 전언이다.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계약은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정도가 아니라 사기라고 여겨집니다. 하이마트는 대리점이 판매한 제품에 대해 28.5%란 마진을 착취한 것도 모자라 신·인기제품 공급을 거절하는 횡포를 부렸습니다. 대리점이 살아남을 수가 없었지요. 신상품은 대리점에 알리지도 않아 고객들을 통해 출시 사실을 알거나 하이마트 전용 카탈로그를 구입해 봐야만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리점주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이마트로 옮긴 전 대우전자 직원들이 대우전자 명함으로 대리점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계산서나 거래명세서도 하이마트가 아닌 대우전자의 명의로 발부했다. 기존의 유통망을 유지하기 위한 하이마트의 꼼수였다.

무엇보다 ‘대리점 죽이기’는 양사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1990년대 말까지 지속적으로 대리점을 구축한 대우전자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대형가전 양판점 체제 도입을 위한 수순을 밟았다. 대우전자가 대리점을 양산하면서 은밀히 양판점 체제를 추진한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

대우전자는 1989년 일본 가전 양판사인 죠우신(JOSHIN·上新)전기와 기술 역무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양판점의 노하우 도입’이 그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대우전자는 1989년∼1998년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일본에 연수를 보냈다. 또 죠우신전기 관계자들이 직접 대우전자를 찾아 지도하기도 했다.

그 대가로 대우전자는 3년 마다 1천2백만엔(당시 약 1억원)에서 1천3백80만엔을 죠우신전기 측에 지급했다. 대리점주들은 이 사실도 까맣게 몰랐다. 대우전자의 대리점 장려(대우가전마트)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어 1998년 대우전자 국내영업 부문을 흡수한 하이마트는 양판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본격적인 영업망 확충에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30여곳에 불과했던 하이마트는 매년 20여개씩 늘어났다. 이와 함께 중소형점인 가전마트와 대리점의 선별작업도 극비리에 진행했다.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했던 A씨는 “1990년대 후반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대우가전마트가 생겨 대우전자 측에 항의하자 회사 측은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개인에게 분양할 것’이라고 둘러댔다”며 “그런데 나중에 보니 대우가전마트가 모조리 하이마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와 대우전자 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독점·내부·불공정거래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 하이마트 관계자는 “대량 구매시 가격 적용 차이는 자유경쟁체제에서 있을 수 있는 거래”라며 “몸집을 불리기 위해 대리점을 의도적으로 죽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도 “대리점의 연쇄 도산은 대우그룹의 몰락과 마찬가지로 IMF의 여파로 봐야 한다”며 “대우전자와 대리점을 둘러싼 소송이 올 초 모두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하이마트와 대우일렉트로닉스. 그 이면에선 거대한 장막에 가려 고통을 호소하는 대리점주들의 눈물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 고독한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진실은 밝혀진다’는 신념과 의지를 믿고 지금도 어디선가 부당함을 알리고자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마트 초고속 ‘몸집불리기’ 숨겨진 비밀 제3탄에서는 ‘경제 검찰’ 공정위의 이상한 방침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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