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정책키워드 10] ②‘소부장’

2019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도 정부는 국민행복과 경제부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성과도 있고 아쉬움도 있습니다. 정책브리핑은 올 한 해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정책의 키워드를 선정, 이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키워드는 먼저 올 1~11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 정책, 제도 등과 관련해 검색빈도가 높은 100개를 추출한 후, 같은 기간 중 정책브리핑 방문자들이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와 정책뉴스 조회 수 등을 종합해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고른 키워드는 ①100주년 ②소부장 ③미세먼지 ④□□형 일자리 ⑤규제샌드박스 ⑥신남방정책 ⑦재난안전 ⑧문재인케어 ⑨수소경제 ⑩주52시간제 입니다. ‘2019, 정책키워드 10’을 정책브리핑이 순차적으로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7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에서 시작된 일본 수출 규제는 국내 기업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이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 허가로 전환한데 이어 8월 28부터는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규제에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 소재 부품에 이어 공작기계, 탄소섬유 등이 2차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며 국내 산업 전반으로 규제가 확산되리란 우려섞인 전망이 컸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국 기업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고, 정부 정책 방향을 ‘방어’에서 ‘공세’로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탈 일본’ 전략을 추진하며 우회 수입 통로를 찾아 나섰고, 핵심 소재 국산화를 위한 기술 자립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에서 식각·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불산액)를 100% 국산화하는데 성공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국내 관련 산업에서 실제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재, 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시킨 계기가 된 셈이다.

정부도 지난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 안정화 대책을 R&D부터 수입 다변화, 예산, 세제,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YTN방송 뉴스영상 캡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YTN방송 뉴스영상 캡처)

2022년까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100+α 품목의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5조원 이상 집중 투자를 시작으로 예산 내 특별회계 신설, 소부장특별법 정비와 소부장 경쟁력위원회를 출범 등 정부 지원대책이 지속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당장 내년도 관련 예산은 올해 6699억원에서 1조278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내년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특별회계가 설치돼 소재부품기술개사업 등 총 21개 사업도 이관된다. 

소부장 기술력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체계도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화학연구원, 서울대를 포함한 12개 정부 출연연과 대학 소속 연구실과 연구시설을 국가연구실(N-LAB), 국가연구시설(N-Facility)로 선정했다. 소재부품장비분야 대표 연구실과 연구시설의 역량을 국가차원에서 한데 묶음으로써 핵심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도록 기틀을 다져 놓은 것이다.

이 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지속해온 우리의 성장 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일종의 전환기적 사건이었다”며 “지금까지 우리 제조 현장에 고착화된 방식이 더이상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값비싼 교훈을 심어줬으며, 반쪽짜리 성장에 불과했던 제조업 생태계 완성도와 품질 제고를 위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시화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철구 배재대 교수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의 발빠른 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신속히 마련해 나갔고, 국민들에게는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불안감을 불식시켰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위기가 우리에게는 경제체질을 바꿔 기술 자립화로 당당히 맞서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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