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7급, 국가직 ·지방직 9급(2013년 합격)

♣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2013년 지방직 9급과 국가직 9급, 국가직 7급 농업직을 합격하고, 현재는  모 부처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합격한 지 꽤 오래된 제가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고자 마음먹은 것은 소수 직렬의 특성상 정보를 구할 곳이 많지 않아 수험 기간 초반,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입니다.

제 수기를 보고 비전공자이면서 농업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공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지 않으면 취업할 수 있는 범위가 참 좁았습니다. 그러던 중 생물학 시험을 보는 공무원 직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한 과목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줄여 다른 취약과목에 투자할 시간을 늘리고자 7급 농업직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수험기를 각 분야로 나누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자격증 취득은 선택 아닌 필수

비전공자인 저는 농업직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기술직에서 자격증은 취득 점수에 플러스 5점이나 주어지니 시험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실기 시험을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필기와 필답만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유기농업기사를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기사 기출문제와 7급의 전공 과목들을 공부하다 보니 기사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농업직 시험을 준비하시면서 자격증을 따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다른 공부 미뤄두고서라도 자격증 취득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점 5점은 7과목에서 한 문제씩을 더 맞춰야 하는 아주 큰 점수입니다. 게다가 자격증 공부는 공무원 시험과 별개가 아니라 연계된 부분이 많아서 헛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겁니다.

♣ 공통과목 공부법 : 국어, 한국사

흔히들 1타 강사라 해서 유명한 강의를 좇아가지만 저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강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추천대로가 아니라 맛보기 강의를 들으면서 나에게 맞는 강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는 분들 중에는 한국사 공부에 맞는 강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EBS의 도움을 받아 노트 정리를 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기출 문제가 모두 수록된 문제집을 사서 여러 번 풀었습니다.

처음엔 노트에 풀고, 두번째는 연필로 풀고, 다음에는 맞지 않는 보기는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지워가면서 풀었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내용으로 개념 정리를 하고, 세세한 부분은 기출문제로 채워나갔습니다. 기본서 읽기 싫어하는 스타일인 저에게 딱 맞는 공부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어는 유명 강사의 강의를 한번 들었습니다. 기본 개념을 강의를 통해 익힌 뒤 역시 기출문제집을 사서 국사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번 풀었습니다. 저는 한자를 외우는데 자신이 없었고, 고작 몇 문제 더 맞추겠다고 시간 낭비를 하기 싫었습니다.

더욱이 공무원 시험은 전과목 100점을 받아야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해 과감히 한자는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영어 시험이 공인인증시험 성적으로 대체됐지만 영어에 자신이 있어 영어에서 고득점을 하면 한자 포기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 전공과목 : 재배학, 생물학, 토양학, 식용작물학

비전공자인 저는 이름도 생소한 재배학, 토양학, 식용작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몇 명의 강사님을 찾아냈습니다.

지금은 농업직렬에서도 소위 잘가르친다고 하는 분이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공부할 때만 하더라도 전무하다시피했습니다. 물론 수험생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맛보기 강의를 들으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서 여러 번 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농업직렬에서는 바이블로 불리는 한자 가득한 그 책을 과목마다 구입했습니다. 그냥 읽고 연필로 줄쳐가며 읽고, 형광펜으로 색칠해가며 읽고, 수없이 반복하며 읽었습니다.

농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저는 개념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럴 때면 인터넷 검색을 해가면서 부족한 개념을 채우고자 노력했습니다.

농업직 문제집은 오류가 많아서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카페를 통해 온라인 스터디원을 모집해서 바이블을 보며, 하루에 10문제씩 OX퀴즈나 주관식 문제를 내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까지 스터디원들이 문제를 올려주면 제가 출제한 것까지 하루에 60문제 가량을 풀어보며 공부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기출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제 생각에 소수 직렬의 전공과목은 구입량이 적어서 그런지 오류 정정도 잘되지 않고 심지어 답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으니 검증된 기출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 외에도 여러 사이트에서 그동안의 기출문제를 찾아 모조리 풀었습니다. 답을 모르거나 풀이과정이 확실치 않을 때는 모 카페에 문제를 올려 수험생들의 힘을 빌리거나 스터디를 적극 활용해서 대강 알고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했습니다.

농업직 전공 중 재배학은 비교적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과목에도 재배학 관련 내용이 나와서 재배학을 잘 닦아두면 여러모로 쓸모도 많습니다. 재배학은 여러 범위로 흩어진 것이 아니라 바이블 한 권만 제대로 이해하면 거의 섭렵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효자 과목이었습니다.

반면 식용작물학은 범위가 광범위해서 도대체 뭘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과목이었습니다.

물론 식용작물학도 전작과 수도작으로 나뉘어서 바이블이 2권 있긴 했지만 그 두 권의 책을 본다고 해서 문제를 다 맞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절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독성이 낮은 바이블이지만 전작, 수도작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식용작물학을 공부하려고 할 때면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저는 먼저 공통과목에서 그랬던 것처럼 식용작물학에서 100점을 맞겠다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워낙 양이 방대해서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서 나올 확률이 컸고, 무엇보다 스스로 흥미를 가지면서 공부하기 힘든 과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범위가 한정돼 있고 생물학도인 제가 이해하기 쉬웠던 재배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모자라는 식용작물학의 점수를 메우고자 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있더라도 기본 점수 정도는 받아야 합격이 가능하니 식용작물학 책을 가독성 높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사이트를 뒤져 해당 작물에 관한 생소한 용어가 있으며, 그림으로 첨부해 놓고 쉽게 쓰여진 정의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농서남북이란 사이트에는 식용작물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많은 책들이 있어 필요한 부분 발췌독하거나 휴대폰에 캡처해 두고 시간이 될 때마다 보면서 반복 학습을 했습니다.

토양학은 시험의 난이도가 해마다 매우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특정 해에는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대학교 전공 서적의 내용을 묻는 깊이 있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문제집을 여러 번 푸는 것만으로도 무난히 시험를 치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저에게 가장 생소한 과목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어떤 기준을 잡고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혼자 대학 전공 서적을 보는 것은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해 토양학만은 바이블 책이 아닌 시중에 나와있는 제일 쉬워 보이는 책을 한 권 구입했습니다.

저에게는 제일 쉬워 보이는 책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가장 쉬운 책을 두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읽기만 하면 집중이 잘되지 않아 요점 정리도 병행했습니다. 그럼에도 공부의 갈피를 잡지 못해 거꾸로 공부법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문제 풀이를 하면서 개념을 익혀가는 것이었습니다.

기출문제에 답을 다 색칠해 놓은 다음 개념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기출 문제가 나온 부분에는 책에다 저만의 표시를 하면서 중요 부분을 체크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끝내고 기본서를 다시 읽자 어떤 부분이 자주 출제되는지,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 지 조금 감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스터디원들과 함께 문제를 출제하고, 또 해설하며 개념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생물학은 워낙 내용이 방대해 농업직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4년 동안 생물학을 공부한 지라 특별히 생물학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무원 시험의 생물학 난이도를 이해하기 위해 기출문제를 열심히 풀고, 어떤 부분에서 출제가 되는지 익히고, 그 부분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제 생각에 공무원 시험의 생물학은 고등학교 생명과학 1, 2의 기본 내용만 충분히 암기하면 80점 이상 획득 가능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어려운 유전 분야의 계산 문제는 재배학 수준으로만 익혀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 멘탈관리

수험 기간 내내 ‘이번에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잠도 잘 들지 못했습니다.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단 것에 의존했고, 몸무게도 10키로 가까이 늘었습니다. 멘탈관리는 제가 수험 기간 내내 잘 못했던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할 동안 ‘공부를 했으면 10회독은 더 했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수험 기간 초반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몰려왔고, 냉장고가 가까우니 몸은 엄청나게 불어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걱정만 가득했지 정작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운동삼아 걸어다녔습니다.

도서관에 다닌 후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도 새롭게 하고, 잡념없이 공부에 빠지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났습니다. 하루 40분 정도의 운동으로 몸도 많이 가벼워졌고, 무엇보다 저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걱정할 시간에 공부를 더 하세요’라고 누군가 충고해도 수험생에겐 들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압니다. 걱정이 되면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럼 분명히 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합격한지 4년이 넘었고, 이제는 공무원 생활에도 많이 적응한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고 단 한 분이라도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잘 세우시고 이렇게 많이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한 반복해서 기본서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합격은 성큰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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