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태생의 미국 작곡가 Yanni(Yiannis Hrysomallis)는 세계적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짧은 인기를 누렸던 인물입니다. 음악적으로 그는 조지 윈스턴과 함께 각각 세미클래식의 헨델, 바흐에 해당할 수 있을 인물로, 절제된 조지 윈스턴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대비되는 화려하고 복합적인 음악을 구사해왔습니다. 클래식의 난해한 구조와 인문학적 지성, 깊이 있으나 쉽게 체득되진 않는 멜로디에 지친 이들에게 세미클래식의 편안한 클래시컬은 90년대 짧고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에까지도 다양한 부분과 요소들에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야니는 세미클래식 내에서 가장 실험적이며 분석이 어려운 작곡가 중 하나입니다.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아 악보를 볼 줄도 모르는 그는 자신만의 문자 표기법으로 악상을 창작해왔습니다. Rock부터 재즈, 관현악, 월드뮤직에까지 이르는 넓은 장르적 사운드와 각국의 전통 악기에서 현대의 전자 악기들에까지 실로 광범한 소리들을 조합해 자신의 소리를 구현했고, 7/8박, 5/8박, 3-2-2-2 양식의 9/8박 등의 변형 박자 사용, 곡 내부의 변박 실험 등을 즐겨왔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단어로 규정짓는 걸 꺼려하는 그는 '굳이 규정하려거든' 현대의 기악음악(contemporary instrumental music)으로 칭해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야니와 함께 세미클래식 계열의 음악적 기틀을 다졌으며, 무엇보다 대중적 융성을 이끈 결정적 인물은 미국의 작곡가 조지 윈스턴입니다. 조지 윈스턴 역시 다소 의아하게 자신의 음악을 재즈로 분류한 바 있으며, 뉴에이지라는 단어를 극도로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초기작들ㅡ 특히 장르 내 최고의 명반이자 히트작인 1982년 <December>는 아이러니하게도 뉴에이지의 음악 성향을 상당 부분 보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에도 사카모토 류이치, 히사이시 조 같은 일본의 거장들 역시 세미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창조해온 것으로 평가됩니다.

세미클래식 성향의 음악은 뉴에이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오해돼 왔습니다. 정작 음악가 본인들은 이를 불쾌히 여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많은 세미클래식 음악가들이 기독교인임과 `뉴에이지`가 종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음악 장르이기 이전 종교적 사회적 운동이었던 뉴에이지는, 무신론과 물질주의의 20세기를 지나며 기존 사회-문화-종교적 공허를 극복하고자 힌두교와 선불교 등의 종교, 인도와 동양의 사상, 범신론 등을 받아들인 세력에 의해 태동했습니다. 혼합주의를 기조로 각 종교와 사상에서 나름의 장점으로 여긴 것을 마구 흡수하였으며, 유사과학을 추종하는 등의 중구난방식 세계관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뉴에이지 운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뉴에이지 음악은 역시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혼합해 태동했고 자랐습니다. 점차 신비주의와 명상적 추구를 띠게 됐으며,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중흥기를 맞고 음악적으로 유사해 보이기까지 한 세미클래식 계열 음악과 혼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조는 점차 통제되지 않은 채 마구 확산되기 시작, 뉴에이지와 세미클래식은 구분없이 불려지게 되고 이는 이전까지 뉴에이지로 분류되지 않던 이지 리스닝, 오케스트럴 팝, 앰비언트 뮤직, 단순 기악곡, 심지어는 컨템포러리 재즈에까지 싸잡아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현재 상황에 이릅니다.

21세기에 이르러 뉴에이지 운동은 다른 사조들에 밀려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운동의 쇠퇴와 더불어 뉴에이지 음악 역시 메인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왔으며ㅡ 향후에는 사회적 종교적 관점의 뉴에이지는 점차 바래진 개념이 되고, 뉴에이지로 혼용되는 음악의 장르적 단어만 살아남아 이 단어의 개념 자체가 변화될지 모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7회 (2019.03.23. 나루아트센터)
- e조은뉴스 <피아니스트 김별의 별별예술> 연재 중
- 서울문화재단X성동문화재단 프로젝트 <잇고, 있고> 음악
- 제6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 음악 낭독극 프로젝트 <공명> 음악감독
- 코리아뉴스타임즈(현 이코리아) <김별의 클래식 산책> 2017~2018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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