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김별 객원기자]  지난 6일 금요일 밤 서교동, 글쓰는 이들의 '마음 쓰는 밤' 마지막 모임을 다녀왔다. 마음을 쓰다ㅡ 마음을 무언가에 기울이다, 마음을 적어내다. 여름내 금요일 밤마다 이어진 시간에서 글쓰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사랑하는 무언가에 대해, 소멸해가는 마음에 대해, 나를 살게하는 것에 대해 썼고 마지막 밤엔 누군가에 부치는 편지를 썼다.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랑하는 존재와 곁을 떠난 사랑했던 존재들에게, 미워하고 미워했던 존재들에게, 누군가는 받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영영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썼다. 헤어졌거나 다시 만나지 못할 이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유언이 된다. 마지막 밤의 글들에서는 더 애써 담은 진심이 엿보였다.

이전에 나는 차가운 글을 써왔다. 모임을 이끌어온 고수리 작가의 따뜻한 글쓰기를 배울 수 있을까 이 모임을 찾았다. 따뜻한 문체가 내것이 되진 않았지만, 함께 쓰고 섭취한 이곳 작가들의 글은 고맙게도 나의 글에 따뜻함을 묻혀줬다. 매 모임에서 서로가 서로의 첫 독자가 되었던 글은 그날그날 한 권의 책이 됐고, 각자의 생을 눌러 담느라 어렵고 아팠던 글들, 꿈꾸듯 쓰거나 곡하듯 쓰던 많은 글들에 귀를 기울여가며 낯선 문체들이 귀에 익고 마음에 익어갔다. 문체만으로 누구의 글인지 알아채게 되고, 문체를 알아채는 만큼 서로의 마음을 알아챘다. 알아챈 것들은 다시 우리가 각자 써나갈 글에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고수리 작가 에세이집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작가 에세이집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솔직한 나의 이야기와 마음을 쓰기 시작할 때, 누구 하나 작가이지 않은 사람이 없고 누구 하나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고수리 작가의 말은, 처음 참여해본 이 글쓰기 모임에서 내게도 믿음이 되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봤을 때,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은 글을 쓰고 싶어했다. 일상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와 뱉고 듣는 모든 말들은 글이 된다. 글은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우리 삶과 소통 그 자체이고 생활적인 예술이다. 사람들은 일상의 예술인 글로 일상에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말을 적어내고 싶은 것 같았다. 그들에게 나는 지금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혼자 적어내려가거나 혹은 누군가와 함께 써보라고, 글쓰기를 통해 나와 사람들을,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도 말해주려 한다.


함께 쓰고 듣고 읽으며 여름밤을 보낸 작가들의 얼굴은 처음과 달랐다. 우리는 서로를 몰랐고 이제 조금을 알게 됐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에는 아주 긴 시간과 큰 마음이 쓰이는구나.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더 관심을 기울이고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해 주위를 살펴야만 한다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더 많이 그래야만 한다고, 나를 보고 주위를 보는 것에서 글은 나오는 것이었다고. 마지막 밤 우리의 새로운 만남과 새 글을 기약했다. 몽글몽글한 마음이 새벽 내내 굴러다녔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7회 (2019.03.23. 나루아트센터)
- e조은뉴스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 연재 중
- 제6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 음악 낭독극 프로젝트 <공명> 음악감독
- 코리아뉴스타임즈(현 이코리아) <김별의 클래식 산책> 2017~2018 연재

 

* 특별 기획 - '별별예술'은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곳곳에서 세계를 펼쳐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자유롭게 담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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