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삭감되는데, 시키는대로 안한다”… 시술 차단 5개월째

병원 경영이 우선인가. 환자 진료가 우선인가.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뉴하트에서만 있을 법한 병원내 특정의사 왕따 사건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의 K대학병원에서 “병원장의 비위를 거슬렸다”는 이유로 한 정형외과 교수의 환자 접근을 차단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척추관 협착증의 대가로 알려진 A교수는 한때 일주 평균 신규 환자가 10~15명이나 늘어날만큼 환자들에게는 ‘스타의사’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병원에서 가장 고독하고 한가한 ‘왕따 의사’가 돼 버렸다. 지난 7월부터 신규 환자를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병원장측이 기존 환자외에 신규 환자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A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자가 이 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측은 A교수의 연구실을 알려주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였다.

A교수가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그가 시행해 온 ‘척추관 협착증 시술법’이 발단이 됐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내에 지나가는 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생기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척추에서 신경을 누르는 부분을 제거하고 대신 척추뼈를 고정하는 장치를 심는 시술을 하게 된다.

법원도 인정한 시술법...병원, 치료재료까지 차단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척추내 장치를 많이 심는 것을 ‘과잉 시술’로 판단, 진료비를 삭감하면서 병원장측은 A교수에게 ‘삭감당하지 않는 시술방법’을 요구했다.

삭감당하지 않는 시술법이란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한 곳에 척추 한 마디 만큼만 치료재료를 박는 것이다. 만일 두 마디 이상 치료재료를 박아야 할 경우 두 번을 시술하라는 것이 병원장측의 요구였다는 것이다.

A교수는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시술대로 한다면 환자는 한번 수술할 것을 두 번 수술해야 한다. 이것이 말이 되느냐”며 소신진료를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심평원의 판단대로 A교수의 시술법은 과잉일까. 판단의 몫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1심에서 과잉청구가 아니라며 A교수의 손을 들었고, 2심에서는 A교수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심평원은 2심에서 상고를 포기했지만 A교수측은 좀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이 복잡한 양상으로 번지면서 A교수는 드라마 뉴하트의 최강국처럼 병원장에게는 ‘골치아픈 존재’가 돼 버렸다.

병원장측은 급기야 A교수가 환자 시술시 반드시 필요한 치료재료마저 공급하지 않고 신규 환자는 아예 차단해 버린 상태다. 동료 의사들은 이런 A교수의 처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A교수는 “새로온 병원장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자신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평원과의 대립이 문제가 아니라 “심평원 기준대로 시술하라”는 병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술 잡힌 환자도 수술실 앞에서 뒤돌아 가”

취재결과, 병원장측이 A교수에게 가는 환자를 끊는 방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A교수는 “내게 진료 신청을 하는 환자를 병원측이 막을 뿐만 아니라, 수술이 잡힌 환자들까지도 수술실 문전에서 뒤돌아서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년 이상 A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한 환자는 “수술 당일 병원에서 ‘수술은 불가능하다. 알아서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21일에는 수술을 위해 입원했던 환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환자는 며칠 후 다른 병원에 입원, 수술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는 병원측에서 자신에게 수술을 받지 못하도록 환자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병원에는 현재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져 다리 마비 증세까지 왔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고 대기중인 환자도 있다.

A교수는 “이뿐아니라, 병원장측이 나를 매도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허위사실이 적힌 유인물까지 배포했다”며 “병원장이 동료 의사를 믿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같은 이번 사건으로 정작 피해를 보는 쪽은 환자들이지만, 병원장측과 A교수 사이의 대립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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